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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Jan 18. 2019

팁(tip)과 봉사료(service charge)

“계산서에 봉사료가 10% 붙어 있는데, 팁을 주어야 할까?”
홍콩에서 레스토랑을 갈 때마다 어떤 곳은 “우리는 봉사료를 붙이지 않습니다”라고 적혀있고, 어떤 곳은 무조건 계산서에 10%씩 봉사료를 붙여 나왔다. 가장 애매한 순간은 크레디트 카드로 계산을 할 때 10% 봉사료를 붙인 상태에서 tip이란 공란을 만들어 놓고 적도록 할 때이다. 봉사료 외에 팁을 추가하는게 맞을까? 문득 두 가지의 차이가 무엇일까 궁금증이 들었다.  


미국 국세청(IRS: Internal Revenue Service)은 팁과 봉사료의 차이를 이렇게 구분하고 있다.


팁은 고객이 자유재량(선택 혹은 추가)으로 주는 것으로 직원(예: 웨이트리스나 웨이터)이 고객에게 받는 돈이다. 팁은 다음을 포함한다:
– 고객으로부터 직접 받는 현금
– 고객이 카드 결재 등을 할 때 따로 적어 지불하는 금액
– 현금이 아닌 팁도 있다. 예를 들면 티켓이나 다른 물건
– 고객이 다른 직원들에게 준 팁을 모아서 나누어 받는 돈 (예를 들어,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웨이터와 달리 직접 팁을 받을 기회가 없기 때문에 공식, 비공식적으로 팁을 나누는 방법을 정하기도 한다)


팁을 정의할 때에는 통상적으로 아래 4가지 요인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 팁의 금액은 고객이 결정할 권리가 있다
– 팁은 고객에게 강요하거나 협상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 일반적으로 팁이 누구에게 갈 지를 결정하는 것은 고객이다.
만약 위의 요인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팁이 아닌 봉사료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봉사료란 식당이나 호텔과 같은 고용주가 고객에게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일부 고용주들은 봉사료의 일부를 가져가고 나머지를 직원들에게 나누어준다.


영국 <가디언>지의 보도에 따르면 심한 경우 (봉사료가 아닌) 팁의 절반을 고용주가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팁의 뜻을 가진 영어 단어는 tip과 gratuity가 있는데, <가디언>지의 구분에 따르면 통상 tip은 현금으로 주는 경우를 뜻하고 gratuity는 카드로 지불하는 경우를 뜻한다고 한다. 봉사료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도 service charge외에 cover charge라는 것이 있는데, 일본이나 한국의 바에 들어가면 자릿세의 개념으로 cover charge를 청구하는 경우가 흔하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cover charge란 고객 1인당 필수로 청구하는 금액을 말한다.


문제는 나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준 웨이트리스나 웨이터에게 주는 팁이 과연 그에게 가는지, 얼마나 가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때로는 매니저가 팁을 모두 모아서 가져가고 얼마 되지 않는 돈을 고생한 평직원들에게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팁은 가능하다면 현금으로 웨이터에게 주는 것이 좋다. 심지어 <가디언>지는 봉사료가 계산서에 나왔을 때 봉사료를 내지 않고 팁을 현금으로 직접 웨이터에게 주어도 괜찮은지 물어볼 수도 있다고 적고 있다. 물론 봉사료를 필수로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말이다. 런던이나 홍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피자 가게인 Pizza Express의 경우 현금으로 준 팁은 모두 웨이트리스/웨이터에게 가는데 봉사료는 8%를 레스토랑이 떼고, 나머지 92%의 70%는 웨이터에게, 30%는 주방에서 일하는 스태프에게 나눠준다고 한다. 비교적 공정한 정책으로 보인다.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서 “봉사료가 붙어있을 때 팁을 주어야 할까?”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만약 나에게 서비스를 제공한 사람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을 경우에는 원하는 만큼 현금으로 주는 것이 좋겠다. 혹은 동전 남은 것을 그냥 놓고 나올 수도 있다. “봉사료가 붙어있지 않은 곳에서는 팁을 주어야 할까?” 이 때는 팁을 보다 적극적으로 줄 이유가 생긴다. 물론 서비스에 만족했다는 것을 기준으로 할 때이다.


또 한 가지 고려요소는 그 나라의 최저임금이나 사회보장이 어떤가이다. 북유럽에서는 팁을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다. 사회 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고, 최저임금이 비교적 높은 수준이어서 팁 없이도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웨이트리스나 웨이터에게 팁이 중요한 수입원이어서 팁을 주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우리도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고 기본적인 사회보장을 강화해야 하겠지만, (팁 문화가 없어도) 때로는 서비스에 대한 감사를 팁으로 표현해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참고자료:
“Tips Versus Service Charges: How to Report” (irs.gov)
“How much should I tip? The etiquette of service charges and gratuities” (by Kara Gammell, Guardian, 29 Sep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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