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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Feb 23. 2018

사슴과 사찰의 도시
나라에 도착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목조건물 도다이지(東大寺)

교토와 또다른 분위기의 도시 나라. 교토에 머물며 당일 코스로 다녀올까 하다가 오랫만에 가는 도시라 부랴부랴 오사카 일정을 취소하고 며칠 머물기로 했다. 


당연히 아름다운 절부터 둘러봐야 한다. 우선 목조건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도다이지(東大寺) 행. 단청 장식이 없어 더 우아하고 위엄 넘치는 남대문(南大門)과 금강역사상을 지나면 일본 무장의 투구를 떠올리는(사실은 당나라 풍의 카라하후唐破風) 대불전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안에는 높이 16미터가 넘은 비로자나불이 안치되어 있는데 왠지 소원을 다 들어주실 것 같은 포스와 아우라에 열심히 시주금 내고 초 켜고 향도 태우고. 


이 절은 백제인들의 기획과 기술이 들어가 더욱 특별하다. 그 옛날 한국과 중국, 인도에서 건너간 문물이 기반이 되었다지만 이렇게 잘 받아들여 지금까지 보존하고 있으니 원천 기술 운운하기도 무안하다. 대불전을 나와 각종 병을 없애준다는 목조 아라한상을 쓰다듬고 관람을 마쳤다.


나라의 상징인 사슴이 곳곳을 돌아다니고 이들에게 먹이인 센베를 주며 구경하는 관광객들로 절 앞은 정신이 없다. 나라에서는 사슴을 신이 타고 온 영험한 동물로 여겨 보호한다. 몸집 큰 사슴이 다가오자 같이 걷던 H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온 주위의 이목 집중. 이러면서 골든 리트리버를 키우자는 것이냐... 이러면서 사슴센베를 사서 먹여보겠다는 것이냐... 앞으로 산길에서 위험한 동물 만나면 그냥 내가 나서서 해결하는 걸로 합의ㅠㅠ 


사슴무리는 카스카타이샤신사와 나라공원까지 자유롭게 오고간다. 야생에서 천적에게 쫒기며 힘들게 먹고 사는 사슴과 정부와 시민의 보호 속에 살며 관광객 만나면 “여~ 먹을 거 있으면 좀 내놔봐” 하고 머리를 툭툭 들이대는 사슴 중 어떤 쪽이 행복한가. 내가 사슴이라면 어느 쪽을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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