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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Jan 23. 2019

타파스는 언제나 옳다

홍콩 Ship Street의 ‘22Ships’

여러 사람이 함께 여행을 한다면 메뉴 선택의 폭이 넓을 텐데 둘이 여행을 하다 보니 먹어보고 싶은 건 많고 먹을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고… 그래서 늘 좋아하는 곳이 스페인 타파스 바다. 완차이 쉽 스트리트의 주소를 따서 이름 붙인 ‘22 Ships’는 마음 편히 이것저것 안주 잔뜩 시키고 와인이나 셰리,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작은 타파스 바다.

‘No Reservation Tapas Bar’ 컨셉인데 규모는 작고 손님은 많으니 조금 일찍 가서 자리 잡는 편이 좋다. 영국의 스타 셰프인 제이슨 에터튼(Jason Atherton)이 홍콩의 파트너 사와 함께 운영하는 레스토랑 세 곳 한 곳인데 바로 길 건너편 ‘Ham and Sherry’도 그의 작품이라 메뉴가 비슷한 느낌이다. 이 두 곳은 호주 출신의 아론 길레스피(Aaron Gillespie) 셰프가 책임지고 있다.  


6시 영업 시작인데 5시 50분 도착해 1번 손님으로 입장. 공부를 이렇게 준비성 있게 했더라면 인생 달라졌지. 22 Ships 역시 셰리 리스트가 다양하다. 셰리와 카바를 한 잔씩 시키고 올리브로 시작. 손으로 잘라낸 이베리코 베요타는 고소한 기름이 배어나와 손을 뗄 수 없다. 크로켓도 한 접시(라고 해봤자 두 개 나온다). ‘squid’라고 메뉴에 써 있어서 오징어튀김을 시켰더니 오징어 먹물 마요네즈에 곁들여 작고 부드러운 맛이 꼭 한치 튀김이네!

눈 앞에서 조리를 하니 구경하다가 자꾸 “지금 만드는 게 뭐에요?” 물어보고 그걸 시켜서 먹는 일의 반복. 평소 육회를 안 먹는데 쇠고기타르타르를 하도 열심히 만들고 있어서 호기심에 시켰더니, 맛있다. 시소 퓌레를 넣어서 생고기의 살짝 비릿한 맛을 잡아준 덕이다. 이쯤에서 스페인의 알바리뇨 화이트와인과 진앤토닉 추가. 고기만 잔뜩 먹다 보니 죄의식 때문에 콩 샐러드를 시켰는데 의외로 맛있다. 염소젖 커드를 넣고 발사믹 글레이즈에 조린 양파를 곁들인 것이 특징. 저온에 익혀 매시포테이토를 곁들인 후 다시를 살짝 부어 먹는 계란 요리도 하나. 마지막은 역시 해산물 파에야. 뜨거운 팬에 담아주는 일반적인 파에야와 달리 작은 볼에 담고 수제 베이컨을 바삭하게 튀겨 장식한 것.

엄청나게 맛있냐고 물으신다면, 그렇다 말할 자신은 없고 엄청 싸냐, 그것도 아니고… 그래도 맘이 편하다. 그냥 와인이나 맥주 한 잔, 대충 만들어 나온 듯하지만 가볍고 부담없는 음식들. 2시간이 채 안되는 동안 얼마나 열심히 많이 먹었던지 우리 같은 손님만 있다면 음식점 하시는 분들이 참 좋아하겠다 싶었다. 편하고 캐주얼한 이 레스토랑 인테리어는 요즘 잘 나가는 네리&후가 디자인했단다. 식사 마치고 나갈 무렵부터 손님들이 몰려들어 자리가 다 찼다. 역시 일찍 오길 잘했군… ‘22 Ships’가 조금 더 크리에이티브한 면을 강조했고 ‘Ham&Sherry’가 조금 더 캐주얼한 편인데, 전반적인 음식 분위기는 비슷하다. 어렵디 않고 대충대충 즐거운 곳. 타파스와 셰리를 좋아하신다면 두 곳 모두 가보시길!

 22 Ship Street Wanc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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