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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Jan 23. 2019

홍콩 미슐랭 1스타 광동식 거위구이 전문점

‘Kam’s Roast Goose(甘牌燒鵝)’

이게 다 줄 때문이었다. 호텔 건너 길거리에 시도때도 없이 줄이 이어지길래 궁금함을 못 참고 가보았더니 ‘Roast Goose’ 음식점이다. 북경에 ‘베이징 덕’이 있다면, 홍콩을 포함한 광동 지역에는 거위 통구이(로스트 구스)가 있다. 광동식 로스트구스 하면 노점상으로 시작해 1942년 레스토랑을 열고 성공을 거듭해 1200명이 식사할 수 있는 5층짜리 황금색 건물로 유명한 ‘Yung Kee(융키)’가 떠오르는데 창업자인 캄시페이 회장 사망 후 두 아들이 분쟁을 벌이다 둘째 아들이 결국 레스토랑을 차지했다. 이후 가족끼리 다시 소송을 했고 조정에 실패하자 결국 법원에서 사업 정리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소유권과 건물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고 둘째 아들의 후손은 융키의 관리에 참여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그동안 지켜오던 미슐랭 스타도 잃게 되어서 예전의 영광은 사라진 상황.  


융키에서 손을 뗀 캄회장 큰아들의 아들, 3대손이 새롭게 만든 곳이 ‘Kam’s Roast Goose(甘牌燒鵝)’다. 융키보다 훨씬 작은 규모인데 2014년 문을 열자마자 미슐랭 1스타를 받아 화제가 되었다. 거위와 돼지고기 구이 얹어주는 런치 세트가 가격 대비 만족도 최고라는데 이때는 40분 이상 줄을 서야 하니 시간 없는 여행자라면 2시에서 5시 사이에 가는 편이 좋다. 대부분의 손님은 2인 기준으로 거위 반 마리, 서클링 피그와 차슈 바비큐로 구성된 컴비네이션 세트에 쌀밥과 채소를 함께 먹는다. 거위는 사람 수에 따라 한마리나 반마리, 1/4마리로 주문이 가능하고 가슴을 기준으로 거위 윗부분과 아랫부분으로 구분해 주문할 수 있다. 매일 아침 동구안 지역으로부터 신선한 거위를 공급받는다고. 메추리에 토끼, 사슴고기도 별 거부감 없는 나에게 거위는 닭과 동급이다. 점심을 잔뜩 먹은 우리는 밥은 건너뛰고 살이 적지만 풍미는 더 좋은 로스트구스 윗부분으로 1/4마리 한 접시, 새끼돼지고기(Suckling Pig) 한 접시에 오이 무침으로 간단히 주문.


매실을 사용한 특제소스에 찍어먹는 거위고기와 바삭한 껍질에 얇은 살이 붙어있는 돼지고기. 둘 다 기름기는 폭발해도 맛있다. 아직도 숯불오븐을 사용하는 융키와 달리 이곳은 가스오븐을 사용하는데, 겉을 바삭하게 익히는 것보다 고기를 부드럽게 고루 익히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담번에 다시 오게 되면 한 시간 줄서기를 각오하고 점심 세트 메뉴를 먹어봐야지, 꼭.
Po Wah Commercial Centre, 226 Hennessy Rd, Wanc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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