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R Report Jan 25. 2019

춘천에 가지 않고 먹는 맛있는 닭갈비, 오근내 닭갈비

닭갈비 먹으러 춘천에 다녀온 기억은 하도 오래되어서 잘 생각 나지도 않는다. 날이 좋으면 한번 다녀와야지 생각만 했지, 늘 항상 너무 춥거나 더울 때 생각이 나버리는 바람에....


미슐랭 빕 구르망 가이드에 닭갈비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고 생각난 김에 찾아간 용산 오근내 닭갈비. '오군네'라고 생각했는데 춘천의 옛 이름이 '오근내'라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자리에 앉고 바로 2인 분 주문. 이 집 닭갈비 특징은 매일 춘천에서 가져온 생닭의 다리 부분만 사용한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가장 싫어하는 것이 닭가슴살이니 쫄깃한 다릿살만 먹을 수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만세!  


닭다릿살은 생각보다 익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쉴 새 없이, 적당히 볶아가며 양배추와 깻잎을 먼저 먹는다. 떡도 들어가 있는데 고추장과 후추로 맵싸한 느낌이 잘 어울려서 일단 채소와 함께 빠르게 먹는다. 어찌나 서둘렀던지 고기가 익을 무렵에는 채소가 절반 넘게 사라진 상황. 여기에 살짝 삶아 내어다 준 우동사리를 넣어 재빨리 익혀서 먹는데 닭고기는 우동을 거의 다 먹을 무렵에나 익게 된다.

살짝 카레향이 감돌아 닭고기의 비릿함을 잡아주고 매운 맛에 감칠 맛을 더해주는데 여기서 멈출 수 없어서 알밥을 시켜 마지막으로 볶아 먹었다. 배부르다고 생각했는데 냄비 철판을 뚫을 기세로 밥을 긁고 있는 내 모습을 확인했을 때의 당혹감이란... 떡에, 국수에 밥까지 무슨 탄수화물 폭탄을 터트리고 온 기분이었다. 단백질과 탄수화물로 잔뜩 부른 배를 중간중간 마신 매화수 한 병 덕에 그나마 다스리고 일어나니 이제 해가 막 지고 있다. 미슐랭과 텔레비전 방송 때문에 손님이 많아져서 식사 시간을 피해가야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조금 일찍 왔는데 우리가 먹고 나갈 무렵부터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닭갈비집을 나와 길을 따라가다 보면 철로를 두 번 건너게 된다. 서울 시내 한 가운데에서 이렇게 기차가 다니는 길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용산 개발로 곳곳이 시끄럽다 보니 오래 된 집과 가게들이 재개발을 기다리며 조금씩 낡아가는 이 일대는 왠지 많이 쓸쓸하다. 높고 화려한 빌딩 사이 남아있는 오래된 풍경이 눈에 남아 앞으로도 자주 오게 될 것 같은 오근내 닭갈비집. 
용산구 이촌로 29길 15


매거진의 이전글 오래된 전당포 건물에 자리 잡은 이탈리언 식당 겸 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