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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의 위기관리 감상

by HER Report

2018년 4월 12일. 미국 필라델피아 시내 스타벅스 매장에 넬슨과 로빈슨 두 사람이 회의를 하기 위해 만났다. 이들은 화장실을 사용하려 했으나, 커피를 주문하기 이전이라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그리고는 스타벅스의 종업원은 경찰을 불렀고, 이들은 스타벅스 매장의 다른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무단침입(trespassing)’이 의심된다면서 수갑을 차야했고 경찰서 연행됐다. 이 두 사람은 흑인이었는데, 문제는 과연 이 손님들이 백인이었어도 스타벅스 종업원이 화장실을 쓰지 못하게 하고, 경찰을 불렀을 것이냐라는 점이다. 매장내에 있던 한 고객이 이 장면을 찍어 올렸고, 결국 이 사건은 스타벅스 종업원의 인종에 대한 편견(bias) 논란을 불러왔다. 매장 앞에서 그리고 소셜 미디어에서 #boycottStarbucks 라는 해쉬태그와 함께 시민들의 저항이 있었다. 매장에서의 경험을 강조하는 스타벅스로서는 커다란 위기로 발전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여기까지가 위기사건의 간단한 요약이다. 스타벅스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을까? 5월 29일. 스타벅스는 전국에서 8천개 이상의 매장을 오후 2시에 닫고 4시간 동안 반편견(反偏見) 교육(anti-bias training)을 실시했다. 이는 스타벅스가 문을 닫는 동안 미화 1천 5백만불(한화 약 161억)의 매출을 포기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스타벅스를 창업한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는 이를 스타벅스 기업의 역사 상 가장 ‘변혁적 순간(transformational moment)’라고 평했다. 이에 대한 몇 가지 평가.


1. 내가 2년 동안 교육을 받기도 했던 Neuroleadership Institute의 데이빗 록(David Rock)은 스타벅스의 트레이닝에 대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사람이 자신의 편견을 인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인지하도록 가르칠 수는 있다. 스타벅스는 바로 이러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말이 뜻하는 것은 스타벅스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직원들에게 새로운 규칙을 내놓았는데, 직원이 손님에게 매장을 나가달라고 요청하기 이전에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묻도록 한 것이었다. 즉 이번 사건과 동일한 상황이 이후에 발생한다면 스타벅스 매장 직원은 경찰을 부르거나 매장을 나가라고 하기 전에 다른 직원(때론 손님)에게 불편함을 느끼는지, 혹은 자신이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다고 보는지 의견을 구하도록 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매장 직원이 곤란한 고객이라고 판단한 사람에게 어떤 조치를 취하기 전에 “동일한 상황에서 다른 어떤 고객이라도 나는 지금 내가 하려는 조치를 취할 것인가?”를 생각하라고 가이드를 주었다. 이 밖에도 스타벅스 매장에서 아무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화장실을 누구나 쓸 수 있도록 했다.


2. 또 한가지는 상징성이다. 일반적인 위기 대응에서 가장 안타까운 장면 중 하나는 “찔끔찔끔” 위기대응을 하는 것이다. 버티다가 여론이 거세지면, 살짝 조치 내놓고, 그래도 안 가라 앉으면 조금 더 조치를 발표하고…(이는 국내 최대 항공사의 반복된 위기 대응 실패를 떠올리게 한다).


전략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사인 르빅(Levick)社의 리차드 르빅(Richard Levick)은 스타벅스의 대응을 그 유명한 존슨앤존슨의 타이레놀 위기 대응(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진통제 타이레놀에 독극물이 들어가 7명이 사망하자, 존슨앤존슨이 환자의 안전을 위해 FBI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타이레놀을 전국에서 모두 리콜하여 더 안전한 포장으로 바꾸고, 매출도 정상 회복한 교과서적인 위기 관리 사례) 이후 ‘아마도’ 최고의 대응일 것이라고 격찬했다. 이런 판단은 아직은 다소 이르고, 앞으로 스타벅스가 이 사건으로 인해 슐츠의 말처럼 얼마나 변혁적인 모습을 보여줄지에 달려있다고 보지만, 르빅의 말 중에서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스타벅스가 위기를 리드했고(위기에 질질 끌려간 것이 아니라), 투명하게 소통했으며(잘못에 대해 숨기지 않았고),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조치를 취했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 부분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을 뛰어넘는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사람들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 기업들이 번번히 놓치고 있는 부분이다 (대한항공은 ‘법’을 기준으로 악화된 여론에 대응하면서 잘못한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스타벅스는 ‘법’이 아닌 대중의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대응을 하여 사람들의 신뢰를 회복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 링크에 가면 스타벅스 직원들이 교육시간에 함께 본 비디오를 볼 수 있다. 이 비디오는 도큐멘터리 제작자인 스탠리 넬슨(Stanley Nelson)이 만들었다.


*스타벅스의 위기 대응방식에 대해 찬사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흑인 커뮤니티를 위해 일하는 비영리기관 Black Star Project는 흑인이 운영하는 전국의 커피가게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연결하고 응원하고 있다. 이들은 스타벅스가 이렇게 많은 돈을 트레이닝에 쓰기보다는 스타벅스 가게가 있는 동네를 개선하기 위해서 쓰는 것이 더 낫다고 비판했다.


참고:
1. Experts: Starbucks Training a First Step in Confronting Bias
(By The Associated Press May 28, 2018)
2. What Two Starbucks Employees Made of the Company’s Anti-Bias Training
(By Charles Bethea, New Yorker, May 30, 2018)
3. On the day of bias training, Starbucks praised and criticized
(BY KIRO RADIO STAFF, MAY 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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