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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직원의 기분 좋은 ‘재량’

by HER Report

금요일 저녁 한 시간 일찍 퇴근한 아내와 산책도 할 겸 닭갈비를 맛나게 먹고 용산역 주변을 거닐다가 얼마전 선물로 받은 스타벅스 쿠폰 생각이 나서 매장에 들어갔다. 쿠폰에 딱 맞추어 음료 두 잔과 케잌을 시켰다. 음료가 나왔을 때 내 음료에 생크림이 올라간 것을 발견하고는 매장 직원에게 생크림만 걷어달라고 했다. 그 때 직원은 친절하게 "새로 음료를 만들어 드릴까요?"라고 물었다. 난 괜찮다고, 수저로만 걷어내면 된다고 말하고 가져와 마셨다. 음료를 마시며 직원의 세련된 고객 응대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음료에 생크림이 올라와있는 것이 싫은 고객이 어느 커피 매장의 직원에게 처음부터 음료를 다시 만들어달라고 요청을 한다. 직원은 다소 짜증을 내며 난색을 표한다...


이 차이는 무엇일까? 이러한 180도 다른 직원의 응대는 '사람의 성격'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낮다. 사실 따져보면 직원들의 반응은 회사가 이들에게 만들어 놓은 '상황'에 상당부분 좌우된다. 스타벅스 직원의 세련된 응대는 회사의 체계적인 서비스 교육과 함께 직원의 판단에 의해 음료를 새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어떤 커피 가게 직원의 응대는 사실 그 사람의 성격과는 상관없이 커피 가게의 오너나 회사에서 직원에게 그런 권한과 교육을 주지 않은 데서 오는 경우가 많다.


스타벅스의 이런 문화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Her Report에서 이미 다루었지만(http://her-report.com/archives/6184) 2018년 미국 스타벅스 한 매장에서 커피 주문을 하지 않은 흑인에게 화장실 사용을 거부하여 인종 차별 논란이 생겼을 때, 스타벅스는 무려 한화로 약 160여억원의 매출을 포기하는 조치를 내렸다. 전국에서 8천개 이상의 매장을 4시간 동안 문 닫고 반편견(反偏見) 교육(anti-bias training)을 실시한 것이다.


2018년 11월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로 근처 통신망이 마비되어 공공기관은 물론 금융기관까지 피해를 입었을 때 스타벅스는 통신사를 삼중으로 백업시스템을 해 놓아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일상 생활에서 만나는 직원들의 친절과 불친절은 우리 생각보다는 많은 경우 회사가 그 직원에게 만들어주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최근 많이 회자된 택시의 불친절과 타다의 친절, 특히 손님에게 불필요하게 말을 걸지 않고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하는 타다의 친절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회사가 직원에게 어떤 상황을 만들어주는가는 많은 고객들의 만족과 감동에 큰 영향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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