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즈: 몇몇 와인은 잘 보관하고 있어요. 그 중 스타급이라고 하면 1961년 슈발 블랑이지요.
마야: 61년산 슈발 블랑이 그저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에요? 이미 너무 늦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도대체 뭘 기다리고 있었던 거에요?
마일즈: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특별한 순간이요. 딱 맞는 사람과 함께 할 시간. 결혼 10주년 기념일에 마실까 생각하고 있었죠.
마야: 당신이 61년산 슈발 블랑을 따는 순간, 그게 바로 특별한 순간이에요.”
(영화 Sideways 중에서)
HER Report를 구독하시는 분이라면 왠지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를 보셨을 것 같은데요. 만약 40대이고, 와인을 좋아하고, 왠지 조금 삶이 우울한 것 같다면 꼭 한 번 보셨으면 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마일즈(Paul Giamatti)와 마야(Virginia Madsen)사이에 오고간 대화 입니다.
우리는 행복을 ‘미루는’ 습관이 있습니다. 오늘보다는 내일의 행복을 추구하는 습관이 있지요. 만약 내가 ***가 된다면, 내게 ***의 돈을 모은다면… 오늘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언젠가’로 미루고, 오늘을 희생합니다.
젊은 시절 돈을 모아 은퇴후 세계일주를 다니겠다… 글쎄요. 돈을 저축하는 것은 그럴 수 있지만, 경험은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따로 있습니다. 30대, 40대의 여행과 60대 70대의 여행은 다른 것이겠지요.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불행하게 산다? 잘못된 생각 아닐까요?
작지만 오늘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 미래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3년 세상을 떠난 구본형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네는 모든 것을 뒤로 미루는 못된 버릇이 있네. 마치 인생의 끝에 모든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기나 한 것처럼 말이네 그러나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네. 늙고 병약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주글주글한 육체외에는 말이네.
내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나? 천만에, 나는 더 심하게 말할 수도 있다네. 그러나 오해는 하지 말게. 젊어서는 돈을 벌기 위해 젊음을 쓰고, 나이 들어서는 젊음을 되찾기 위해 돈을 쓰는 바보 같은 짓을 하지 말라는 뜻이네. 그때그때 미루지 말고, 그때의 정신으로, 그 순간 인생에 찾아든 기쁨을 추구하라는 말이네.”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 휴머니스트, 2013 중에서)
특별한 내일을 기다리기보다 오늘을 특별하게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특별한 날을 위해 아껴둔 술이 있으신가요? 오늘 그 술을 한 잔 드시면서 지금을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어보시는 것은 어떤가요?
이번 주말에는 아껴두었던 Bollinger Rose 1999년산을 하나 땄습니다. 그것이 소주이든, 아껴두었던 음식이든, 너무 미루지 마시길. 하고 싶었던 일이 있으시다면 너무 미루지는 마시길.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너무 미루지 마시길. 살짝 우울한 느낌이 드는 12월 일요일 저녁이네요. 내일 좋은 한 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