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디자인뮤지엄 특별전
‘Hope to nope’

by HER Report

오바마가 얼굴을 살짝 기울인 채 위로 향한 시선과 표정이 인상적인 HOPE 포스터.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캠프의 아이콘으로 큰 인기를 끈 이 포스터는 오바마 선거캠프에서 만든 것이 아니었다. 2017년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스트리트 아티스트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Shepard Fairey가 하루만에 만들어 290장을 길거리에서 팔고나서 디지털과 많은 변형들이 퍼져나가며 화제가 되었다. 2008년 TIME지는 Person of the Year로 오바마 대통령을 선정하여, Fairey에게 표지 디자인을 부탁했고 그는 HOPE 포스터를 다시 제작했다(2011년에도 TIME지는 아랍의 봄, Occupy Wall Street와 같은 사회 운동을 Person of the Year로 선정하면서 다시 Fairey에게 표지 디자인을 부탁했다).


이 포스터 제작 과정에서 오바마 캠프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Fairey는 후일 인터뷰에서 원래 포스터는 PROGRESS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는데, 인기를 끌자 오바마 캠프에서 단어를 HOPE (그리고 추가로 CHANGE, VOTE)로 바꿔서 만들어 달라고 제안을 했고, 오바마 캠프는 이 포스터를 인증하여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사용했다고 한다.


이 포스터로 인해 Fairey는 소송에 휘말리게 되는데, 그가 AP에서 찍은 오바마의 사진을 밑그림을 위해 사용했으며, 이에 대한 증거를 없애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결국 AP와 소송 끝에 서로 HOPE 이미지를 사용한 상품들을 만들어 팔기로 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 지난 3월부터 열리는 <HOPE TO NOPE: Graphics and politics 2008-2018> 전시 역시 이 HOPE포스터를 기본으로 전시 포스터를 만들었다 (2009년 디자인 뮤지엄은 Design of the Year로 Fairey의 HOPE 포스터를 선정하기도 했다). 어떤 정치 지도자는 희망(HOPE)을 보여주었다가, 영 아니올시다(NOPE)로 판명이 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방향도 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처음에 캠페인을 통해 보여준 희망을 실행으로 끝까지 보여주는 경우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나라의 정치 상황에서 시민들이 자신의 뜻을 널리 알리기 위해 디지털 테크놀러지와 비주얼 이미지를 활용한 사례를 작지만 의미있게 전시하고 있었다. 한국의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은 아쉬웠다(유일한 것은 이번 전시 책자에 실린 잡지 시사인이 인포그래픽을 이용 전 정권의 비리 관계를 표시한 맵이었다. 어쩌면 촛불 혁명에서 전세계에 널리 알려진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이 없어서일수도 있겠다). 또한 정치 뿐 아니라 기후변화나 폭스바겐 사태처럼 환경이나 윤리 이슈에 대한 반감을 포스터로 표현한 것들도 있었다.


Fairey는 디자인 뮤지엄의 큐레이터 Margaret Cubbage와의 인터뷰에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이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자신의 HOPE포스터가 수많은 형태로 모방되는 것에 대해서 힘있는 정치인이나 기업인 앞에 상대적으로 힘없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쁘다고 말했다. 이 전시를 보면서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한항공 오너일가에 맞선 직원들의 힘겨운 싸움이나 국내의 다양한 정치상황들이 떠올랐다. 촛불혁명에서 미투운동까지 시대의 흐름은 힘없이 당해야만 했던 사람들이 점차 협력하여 목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흐름이 가능한 것은 사람들의 인식변화와 함께 이번 전시가 보여주듯 기술도 빼어놓을 수 없다. 전시장 한 쪽 벽면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다: “You have the technology to affect history (The Face Fax for Freedom campaign, 1989)” 2018.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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