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문을 닫아 전설이 된 스페인의 레스토랑 엘불리(elBulli)의 쉐프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a). 그의 ‘집밥’에 대한 책 <The Family Meal>에 보면 “Organization comes first”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mise en place’ (advance preparation)를 강조하는데요. 레스토랑뿐 아니라 집에서도 요리를 하기 이전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금요일 저녁 시장에서 고기와 떡을 사다가 간장 떡볶이를 해 먹었습니다.
과거에는 요리하면서 양파가 필요하면 냉장고에서 양파를 꺼내어 썰고, 마늘이 필요하면 또 꺼내어 다지고…이렇게 했었지요. 이 책을 보고는 가능하면 미리 준비를 해놓고 요리를 하려고 합니다. (혹은 ER이 준비를 미리 해줍니다:) 확실히 준비를 미리 해 놓으면, 재료를 빼먹는 경우도 없고, 훨씬 더 효율적으로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저녁에 떡볶이와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 먹고는 여유롭게 <꽃보다 청춘>을 봤습니다. 이적, 윤상, 유희열이 함께 여행하면서 유희열은 이번 여행의 리더로서 저녁이 되면 다음날 일정을 미리 준비합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필요한 교통편이나 숙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런 준비없이 페루에 떨어진 이 세 사람이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유희열의 ‘미리 준비'(mise en place)의 공이 클 것입니다.
페란 아드리아의 mise en place를 읽으면서 늘 마감에 닥쳐서야 일을 하는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원고, 논문, 제안서… 저는 보통 마감일이 다가오면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반면 ER은 마감일이 다가왔을 때에는 이미 일을 거의 마감하는 성격입니다.
서로 장단점이 있겠지만, 마감에 닥쳐 일하는 경우, 가장 안 좋은 점은 시간에 사람이 끌려다닌다는 점입니다. 제가 시간이나 일정을 끌고다니며 살고 싶은데 말이지요.
오늘 고등학교 때 짝궁과 만나서 만약 우리가 20대로 돌아가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를 하다가, 또 다시 만약 우리가 20년 뒤에 지금을 돌아보면서 무엇을 아쉬워할지 이야기해보니 좀 더 지금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리에서 준비를 제대로 해야 빼먹는 것이 없듯, 삶이나 일에서도 미리 준비를 잘 해 놓아야 시간이 지나고서 빼먹거나 아쉬워하는 것이 그나마 적지 않을까 싶네요.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다음주, 다음 달 일정을 살펴보게 됩니다. 다섯달이 채 남지 않은 2014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또 40대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50대를 위해 40대에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이전(before)’을 잘 준비하는 사람이 결국 ‘삶’도 ‘일’도 잘 하는 것 같습니다. ‘이전’이 좋아야 ‘이후’가 좋은 것 아닐까요.
요리 준비에 대한 이야기하다가 생각이 좀 뻗쳤습니다:)
좋은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2014.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