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노데 우동과 핵심:
히노데 우동집에 도착하여 줄지어 기다리는 동안 집주인이 메뉴를 보여주었습니다. 어쩐일인지 음료메뉴는 없었습니다. 점심이었지만 카레에 맥주 한 잔 걸치려고 했는데 말이지요.
알고보니 식당안에서는 음료를 팔지 않는대신 가게앞에 설치된 3대의 자동판매기에서 음료를 팔고 있었습니다. 맥주를 식당내부에서 팔면서 이윤을 더 남길수도 있을텐데 말입니다.
식당 영업을 저녁도 아닌 점심(1100-1500)에만 하는 것에서는 무리하여 큰 돈을 벌려고 하지 않는 모습 혹은 “점심 장사로도 먹고 살만하다”라는 자신감이 보였다면, 음료는 팔지 않고 내부에서 음식만 파는 모습에서는 핵심(core)에만 집중하는 주인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자기 기술과 제품의 핵심에 대한 자신이 있다면 좀 더 여유롭게 장사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고 할까요?
언젠가 대전에 있는 유명한 콩국수 집을 갔던 적이 있었는데요. 이곳은 1년에 여름 한 철만 장사를 한다고 하더군요. 식당 내부 벽에는 세계의 다양한 모습을 찍은 사진으로 가득했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콩국수 장사는 여름에만 하고, 나머지 기간동안에는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다닌다고 하더라구요.
솔직히 지금까지 제가 본 가장 멋진 비즈니스 모델이었습니다. 이처럼 자기 기술의 핵심이 튼튼한 사람은 장사를 하더라도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무알콜맥주와 핵심:
결국 히노데우동에서 기다리는 동안 자동판매기에서 맥주 한 캔을 샀습니다. 차례가 돌아와 식당에 들어가 맥주캔을 따서 한 모금 마신 순간 무엇인가 맛이 심심했습니다.
알고보니 제가 무알콜맥주를 산 것이더라구요. 어쩔 수 없으니 그냥 마시자했다가, 도저히 심심해서 결국 다시 밖에 나가서 ‘진짜 맥주’를 사왔습니다.
영어단어에 “oxymoron”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모순어법이라는 뜻인데요. 예를 들어 “소리없는 아우성” 혹은 “심각한 농담” 등이 해당합니다. 아우성이 어떻게 소리가 없을 수 있으며, 농담이 어떻게 심각할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무알콜맥주라는 제품이나 표현이 결국 모순어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맥주에 알콜이 없다는 것은 모순이지요. 알콜 때문에 마시는 것인데 말입니다. 결국 핵심이 빠진 것은 볼품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콩으로 만든 고기”도 그렇지 않을까요? 고기를 먹고 싶으면 고기를 먹어야지 고기 아닌 것으로 대체하는 것은 좀 그렇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삶에서 핵심은 무엇일지, 나의 직업에서 핵심은 무엇일지 생각하면서 ‘철학의 길’로 나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