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겠지만, 크게 보면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박물관과 역사책에서 존재하는 문화’와 ‘현재 살아가는 모습’의 문화. 우리가 흔히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다고 할 때는 전자의 뜻을 갖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 조상의 전통문화를 오늘날에도 잘 살려내고, 직접 우리가 사용하는 문화로서는 왠지 자신이 없습니다. 일본에 와서 느끼는 것은 이들이야 말로 문화를 지금까지도 잘 살려내고, 현재에도 그 문화를 박물관이 아닌 실제 삶에서 누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얄미울 정도이지요.
예를 들어보면, 도자기 제작 기술이 과거 우리나라에서 일본에 넘어갔다고 할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도 그 기술을 더 잘 살려내고, 즐기고 있는 것은 일본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낳은 정과 기른 정 중에 기른 정이 더 크다는 생각이 났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에 호텔 책상 위에 놓인 <Kyoto Station Building Guide Map>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교토역 주변에 있는 식당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지난 며칠간 교토역을 오가며 참 일본 식당이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휴가라 시간도 많은데 가이드에 있는 식당들을 모두 숫자를 매겨 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엑셀을 열어 놓고는 구분을 해보았습니다. (ER이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더군요:”그냥 먹자구!”)
이 가이드에는 총 109개의 식당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그 중, 일식당 54개(49.5%), 까페/바/라운지 29개(26.6%), 거의 이탤리언인 유러피언 식당 12개(11%), 한식당 1군데를 포함한 중식당 등 기타 식당이 14개 (12.8%)였습니다. 절반이 일식당인 것이죠.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다양성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국수주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국내의 백화점이나 역주변, 호텔 등에서 한식당이 차지하는 비중을 세어본다면 어떨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일본의 음식을 얼마나 전승해오고, 또 지방만의 스타일로 잘 발전시키고 있는가하는 모습입니다.
며칠전 HER Report를 통해 올려 놓은 라면만 해도 사포로, 도쿄, 토야마, 교토, 오사카, 토쿠시마, 하카타 등의 라면으로 발전해가고 있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김치에도 다양한 지방의 것이 있겠지만 우리가 현재 얼마나 다양한 김치를 일반인들이 즐기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 것이죠.
오늘 저녁에 가 본 이태리식당 Il Ghiottone에서 또 다시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로마에서 먹어본 이태리 음식을 포함해서 최고 중의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교토를 포함 일본의 독특한 재료를 잘 살려서 이탈리언을 교토식으로 재해석한 것이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음식도 자신들만의 재료와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또 훌륭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을 보면서 이들로부터 전통문화의 계승과 새로운 발견에 대해서 우리가 배울 점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