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의 중요성에 대하여

by HER Report

“기술이나 배워라?”: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의 중요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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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5일 부천시의 한 공장지대에 위치한 공부방에서 운영하는 ‘수라상(수수한 라면 세상)’에서 일일 식당을 열었습니다.

이날을 위해 고등학교 1학년때 짝이었던 친구와 몇 주 동안 서로 의논을 하며 준비를 했습니다.
메뉴 선택에서부터 재료준비와 요리 등은 모두 친구의 몫이었고, 저는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요리를 나르고, 식당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미고, 설겆이를 하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이날 메인 쉐프로 일해준 친구는 얼마전 제가 펴낸 책 <쿨하게 생존하라>(기쁘게도 오늘 재판을 찍었습니다:)에서도 몇 차례 등장하는 친구 입니다. 이 친구는 용감하게 40대 중반에 수십년 하던 IT분야를 떠나 요리학교(꼬르동블루)에 들어가 현재 전체 과정의 3/4을 마친 상태입니다.

저는 이 친구가 요즘처럼 멋져보일 때가 없습니다. 특히, 직업적인 측면에서 저는 제 친구가 IT업계에서 일할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멋집니다. 함께 밥을 먹으러 가면 테이블 위에 올라오는 요리에 대해 나름 분석을 해서 말을 해주는데, 그것이 제게는 참 멋져보입니다. 무엇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제 친구에게는 커다란 변화입니다.

이 날 친구가 준비한 햄버그스테이크와 시금치를 갈아넣어 만든 카레(그날 정신이 없다보니 요리는 사진을 찍지 못했네요)는 맛도 좋았지만, 주방에서 척척 만들어내는 모습이 제겐 너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책에도 적었지만 이 친구가 IT가 정말 좋아서 회사생활을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렇듯, 어떻게 하다보니 IT회사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그 분야에서 오래 일하게 된 것입니다. 엔지니어도 아니었구요.

예전 어른들이 빈둥거리는 사람들에게 가끔씩 “기술이나 배워라”라고 말했는데, 여기에는 기술에 대한 일종의 무시하는 시각이 들어있습니다. 펜대를 굴리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40대 후반 혹은 50대 초반 직장을 떠나게 되면, 문서는 많이 만들어 보았지만, 자기 손으로 무엇 하나 만들 수 없는 상태의 ‘명퇴자’들이 많습니다. 평균 수명은 늘어나는데, 직장을 떠나는 나이는 빨라지는 이러한 시대에 자기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되어있습니다. 물론 이런 기술은 팔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저금도 연금도 중요하지만,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시간과 돈을 들여 기술을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기술은 무엇이어도 좋습니다. 요리가 될 수도 있고, 목공이 될 수도 있고, 손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상담이 될 수도 있겠지요. 조직을 떠나서도 혼자서 기술로 자립할 수 있는 무엇.

어린시절부터 마음속으로 꿈꾸어왔지만 나이 먹도록 시작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연말연초를 기점으로 한 번 ‘저질러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201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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