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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03. 2019

베트남 요리 배우기

동남아의 호텔이나 리조트에서는 투숙객을 위해 요리 수업을 자주 진행합니다. 태국 음식과 베트남 음식 등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기 때문이지요.

 출장차 찾아온 베트남 랑코 반얀트리에도 요리 수업이 있는데, from garden to table, 리조트에 딸린 넓은 텃밭에서 바로 채소와 과일을 따서 요리를 해보는 프로그램이라 더 관심이 생겼습니다. 투숙객이 적은 시즌이라 참가자는 저 혼자. 세 명의 전문 요리사가 도와주니 이렇게 황송할 데가!

넓은 밭에서 적당한 채소를 따는 것이 시작입니다. 도대체 어떤 게 적당한가 한참 망설이는데 옆의 요리사는 척척 해결. 준비해놓은 기본 양념을 요리사가 하는 대로 따라 넣고 중간중간 맛을 보며 조리법을 익혔습니다.

  월남쌈에만 사용했던 라이스페이퍼를 길게 잘라 양념에 살짝 재웠다 땅콩과 망고, 육포, 바질, 고수와 말린 새우 등을 넣고 굴소스와 칠리 소스에 버무리면 근사한 베트남 샐러드가 탄생합니다. betel이라는 동남아시아 식물의 잎에 양념한 쇠고기를 말아 숯불에 굽는 메인 요리를 완성한 후 막간을 이용해 라이스페이퍼에 칠리소스를 바르고 말린 새우를 뿌려 숯불에 살짝 구우면 깜짝 놀랄 ‘안주’가 탄생합니다. 

오늘 요리 수업을 총괄한 안데르슨 셰프는 네 살때 덴마크로 입양된 한국 출신이었습니다. 한국말은 못하지만 한국 음식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수업이 더 즐거웠습니다.

 음식과 술의 궁합에 관해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가 내린 단호한 결론은 ‘한국과 동남아의 음식에는 단연코 맥주!’라는 겁니다. 와인을 매칭하려 애쓰는 것은 부질없다며^^. 아시아에 훌륭한 요리사가 많은데 서양에 대해 덜 알려졌다고 서운해하기도 했습니다. 요리사가 되어서 가장 힘든 동시에 가장 좋은 점은 ‘out of box thinking’이라네요.

 매번 이렇게 저렇게 새롭게 도전해야 하고, 확신을 가졌던 조리법이 실패하고 예상 외의 조리법이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하는 것이 요리사의 일. 세 명의 요리사와 저, 홍보담당자가 둘러 앉아 끝도 없이 먹는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음식은 계속 만들어 보는 것이 최고입니다. 잘못되어봤자 한 끼인데 뭐 어때요?” 마지막은 세 사람의 훈훈한 격려. 다음번 손님 초대 때에는 메뉴에 라이스페퍼 샐러드와 쇠고기 구이 추가입니다.
  
 그나저나 아파트에 사는데 저 숯불은 어쩐답니까. 괜히 불 피웠다 스프링쿨러가 작동할 것 같은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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