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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05. 2019

설거지의 타이밍

 제가 혼자 살 때와 결혼 이후에 크게 바뀐 것이 있다면 바로 ‘설거지의 타이밍’입니다. 언젠가 문화에 따라서 한 주가 월요일부터 시작하는 곳이 있고, 일요일부터 시작하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달력의 배치도 그에 따라 다르다고 하더군요.


 제 아내는 식사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저와는 다릅니다. 저는 ‘먹는 시간’이 식사시간입니다. 그런데, 아내는 먹는시간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 식사의 시작이고, 먹고 나서 설거지를 마치는 것이 식사의 종료입니다.


 저보다 식사의 범위(시간 기준)가 넓은 것이지요. 이런 정의의 다름은 행동의 다름을 보여주더군요. 제 아내의 설거지 철학(?)이 있다면 식사가 끝나자마자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혼자 살 때, 저는 보통 빠르면 몇 시간, 게으를 땐(이럴 때가 좀 많았습니다만:) 한 주 였습니다. 주말에 몰아서 설거지하는 것이지요(이럴 때는 부엌 싱크대에 놓인 그릇 사이로 핀 곰팡이도 같이 닦아내었습니다:).


 아내의 설거지 론(論)은 세 가지가 핵심입니다:


 1) 어차피 해야 한다;


 2) 내가 해야 한다(보통은 요리를 아내가, 설거지는 제 몪입니다:);


 3) (빨리 설거지서) 깨끗한 상태를 늘릴 것인가 vs. (늦게 설거지해서) 지저분한 상태를 늘릴 것인가?


 이 세가지를 질문하고 나면, 식사하자마자 설거지하는 것이 낫다네요. 암튼 결혼하고 해가 바뀌면서 저도 식사를 정의하는 범위가 늘어났고, 제 설거지 타이밍도 바뀌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고보니,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어떻게 정의하는가는 우리의 행동이나 태도에도 많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제가 하는 실용서 독서나 받는 트레이닝의 정의는 하나의 책이나 트레이닝 세션으로부터 하나의 인사이트만 제대로 얻어나오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것을 얻으려하지 않고, 하나를 보다 깊이있게 얻으려고 하게 됩니다. HER Report를 시작하고 여러 논의를 거쳐 “먹고 마시며 배운 것들”로 정의하고 나자, 살면서 먹고 마시는 것을 바라보는 제 시각이 바뀐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일요일 오후를 어떻게 정의해야 우울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특히 제 마누라는 일요일 오후 5시 정도가 되면 꼭 슬퍼합니다:) 오늘 K POP Star를 보며 그 생각을 한 번 해봐야 할 것 같네요…


 여러분 삶의 사전에는 어떤 항목들이 어떻게 정의되어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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