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뮤지션 마이클 골드, 보컬 트레이너 차윤섭 학장
지난 3월 록앤롤의 고향인 미국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에서 만난 마이클 골드 박사. 재즈 베이시스트인 그는 즉흥연주기법을 활용하여 시카고나 노스웨스턴 등의 경영대학원에서 리더십과 혁신에 대한 강연을 해왔습니다. 2008년 경부터 즉흥연주와 즉흥연기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가졌던 저는 그를 만나자마자 식사중에도 휴식시간에도 끝없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언젠가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6월에 있게 될 ‘환자경험 컨퍼런스'(HiPEX – 청년의사 주관)에서 발표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습니다. 순간 마이클과 함께 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고, 이를 주최측에 제안했습니다. 마이클은 미국의 최고 의료기관 중 하나인 메이요 클리닉에서 환자경험 세션을 진행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제 회사와 나누어 부담하기로 하고 이후 세 달 가까이 매주 한 번씩 스카이프를 통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재즈의 작동원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그가 서울에 머무르는 5일 동안 무려 4개의 세션을 진행했습니다(아래 사진은 마지막 날 하버드비즈니스리뷰/동아비즈니스리뷰 코리아 세미나에서 진행했던 세션이었습니다). 마이클과 진행한 세션에서는 중간중간 재즈 음악 연주가 들어가기에 베이스외에 기타, 트럼펫, 드럼 연주자가 필요했습니다. 이때 20여년 전 군대에서 함께 근무했었던, 지금은 서울 재즈 아카데미의 학장(보컬트레이너)인 차윤섭 교수가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이번 경험을 하면서 유명 사회학자인 마크 그라노베터(Mark Granovetter)가 70년대에 쓴 <약한 연대의 강점(the strengths of weak ties)>이란 논문을 떠올렸습니다. 매일 만나는 사람이 강한 연대라면 일 년에 한 번 만날까말까 한 사람은 약한 연대입니다.새로운 직장에 대한 중요한 정보나 참신한 아이디어는 보통 약한연대에서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올해 처음 만난 마이클은 저와는 다른 분야에서 일한 뮤지션이고, 차학장은 전역 후 거의 만나지 못하다가 3년여 전에 우연히 다시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약한 연대에 있는 사람들은 경쟁자가 아니기에 이들이 주는 정보나 네트워크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좋은 협업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은 것이지요.
약한 연대라는 개념을 알게 되면서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네트워킹’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네트워킹이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상사나 동료와 매일 밥 먹고 술마시는 활동이 아니라, 가끔씩 낯선 모임에 참여해 새로운 이들과 어쩌다 한 번씩이라도 의미있는 대화나 작업을 만들어가는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언젠가 소설가 김탁환 선생님(제게는 은사이기도 합니다)이 “진정한 협업을 위해서는 서로 욕망이 달라야 한다”라고 이야기해준 적이 있는데, 이래저래 약한연대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