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크루즈쇼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다”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먹는 것은 중요합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은 한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네요. 큰 행사 준비하는 브랜드들이 제일 고심하는 것이 바로 장소와 음식입니다.
남프랑스의 바다와 하늘, 이 지역의 여유와 편안함을 담은 옷들을 소개하는 이번 디올의 크루즈컬렉션은 칸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전설적인 디자이너 피에르 카르뎅의 전위적인 별장에서 열렸습니다. 쇼가 열리기 전 생폴드방스의 마그 미술관에서 참석자들이 모여 점심을 먹었습니다. ‘자코메티 테라스’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청동작품이 자리한 넓은 테라스에 커다란 차양을 치고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이날 음식은 남프랑스 최고의 셰프 중 한 명인 마우로 콜라그레코(Mauro Colagreco)가 준비했습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만나는 접경지, 아름다운 해변도시 망통Menton에 있는 미슐렌 2스타 레스토랑 미라주르Mirazur를 운영하는 그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요즘 가장 인기있는 요리사 중 한 명입니다.
재료에 심하게 집착하고 불필요한 것들 모두 제거한(de-clutter) 순수한 맛을 고집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그는 ‘주방보다 공항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고 농담하는 다른 스타셰프와 달리, 거의 모든 시간을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보낸답니다.
에피타이저는 요거트소스에 아카시아꿀을 약간 더한 아스파라거스, 메인은 그의 주특기인 해산물 요리로, 가자미의 일종인 터봇(turbot) 필레에 갑각류와 흰조팝나무로 만든 에멀젼을 얹었습니다.
생선요리라면 살짝 말렸다 소금뿌려 굽은 한국식 생선구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저는 메인으로 흰살생선 필레는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먹어본 서양식 생선요리 중에서는 최고가 아니었나 싶어요.^^ 디저트는 루버브와 마스카포네 치즈를 올린 딸기. 제가 사진을 못찍은 탓도 있지만, 그냥 보면 허옇고 담담해서 무슨 맛일까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일단 직접 먹어봐야 이해할 수 있는, 상쾌하면서 세련된 맛을 자랑합니다.
식사에 함께한 와인은 뉴질랜드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을 오크 숙성해 좀더 미묘한 테코코! 대부분의 프랑스 셰프들은 음식에 프랑스 와인, 이왕이면 그 지역 와인을 곁들이기에 좀 특이했습니다. 서빙하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단순명쾌하게 “이 와인이 음식과 제일 잘 어울린데!”
1년 365일중 거짓말 조금 보태 350일 날씨가 좋다는 코트다쥐르, 아름다운 미술관 테라스에서 맛있는 음식과 좋아하는 와인이 있으니 돌아가서 마감이고 밀린 일이고… 다 잊어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