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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05. 2019

훠궈 음식점 하이디라오로부터 배우는 리더의 경영방식

손님이 자리에 앉자마자 의자 등에 걸어놓은 외투는 제법 두꺼운 헝겊으로 감싸주고, 핸드폰에 음식이 튈까 보호비닐을 주고, 안경쓴 손님에게는 안경을 닦을 수 있는 작은 물수건을 건내고… 2014년 명동 Ibis 호텔에 문을 연 ‘중국의 샤브샤브’라고 할 수 있는 훠궈(火鍋)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海底撈)의 풍경입니다. 입맛을 확 당기기도 하지만 강한 통후추맛에 혀가 얼얼할 정도로 강한 양념의 국물을 비롯 선택에 따라 다양한 국물에 야채와 고기에서부터 만두와 튀김까지 담궈 먹는 요리 훠궈. 한국어 발음이 살짝 어색한 중국인 웨이트리스가 자리에 앉자마자 회사 홍보를 짧게 건냅니다. “저희 식당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서도 최고의 서비스로 소개할 정도로 유명한 식당입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실제 HBR의 케이스 스터디나 에세이, 포브…스(Forbes)과 같은 경영잡지에서도 미국에 진출한 하이디라오(Hai Di Lao)에 대해 다루고 있었습니다. Thomas Hout과 David Michael이 HBR에 기고한 “A Chinese Approach to Management”(2014년 9월)와 Christopher Marquis가 포브스에 기고한 글 “Successful Chinese Hot Pot Chain Stumbles in U.S. Expansion”(2014. 1. 22) 두 가지를 읽고 몇 가지 정리해봅니다.


하이디라오는 1994년 푸젠(福建) 성 북부의 도시 젠양에서 장융(張勇; Zhang Yong)이 1만 위안화(한화로 대략 180만원 정도)로 설립한 식당입니다. 하이디라오는 바다 밑 바닥에서 보물을 건져 올린다(scooping treasure from the bottom of the sea)는 뜻이랍니다. 실제 식당에 가시면 풍성한 국물 속을 휘저으며 보물과 같은 건더기를 건져먹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는 최근 이 식당에 두 번 가봤는데요. 훠궈라는 음식 자체를 몰랐습니다. 전반적인 평가는 “한번 가볼만하다(특히 저처럼 훠궈를 맛보지 못하신 분이라면)” “입맛을 돋구는 음식” 정도입니다. 음식맛이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열사람이 가면 맛없다고 할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한 맛이라고 할까요?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제가 읽은 자료가 경영잡지라는 탓도 있겠지만, 이 식당은 최고의 맛보다는 최고의 서비스로 더 주목을 받은 것 같습니다. 포브스에 의하면 하이디라오는 입구에서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구두를 닦아주거나, 심지어 손톱손질도 도와주는 서비스를 한다고 하네요(식당에서 손톱손질은 제게는 잘 안 어울리는 서비스라고 생각되는데…암튼), 직원들이 고객을 위해 즉흥적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두 번의 방문에서 이런 모습은 못봤구요. 최근 급격히 프랜차이즈 국가와 숫자를 늘리면서 하이디라오의 서비스 일관성이나 질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두 번째 방문했을 때에는 전화기 보호 비닐은 제공하지 않고, 안경닦는 것만 제공하더군요.


Hout과 Michael은 하이디라오 성공의 주요 비결을 설립자인 장융이 10대 직원을 고용하고, 교육시켜 21살이 될 때까지 지점의 매니저로 성공할 수 있도록 만드는 능력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듯 식당에서 직원들의 잦은 이직은 문제가 되고 있는데, 장융은 이를 잘 극복한 것으로 보입니다(한국 하이디라오의 사정은 잘 모르겠습니다). Hout과 Michael에 따르면 중국의 비즈니스 리더들은 경영자가 직접 채용, 협력사관리, 정부관계, 자금조달은 물론 직원들의 아이들 학교 문제까지 모든 것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하이디라오는 우수 직원 유지를 위해 다른 중국업체들에 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장융은 직원들에게 넉넉한 인센티브와 해외여행, 자녀들을 위한 교육까지 지원하면서 그만의 경영방식을 펼쳤다고 하네요.


자료를 찾아보면서 중국경영방식에 대해 몰랐던 점을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리더들에 대해 잘 안 알려진 사실은 그들이 세세한 것까지 관리를 하는 특성이 있으면서도 진출한 시장의 특성에 맞게 분산화시키는(decentralize) 능력, 상황에 즉흥적으로 적응하는 능력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미국은 물론 유럽의 한적한 시골 도시에 가서도 중국음식점을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생존력과 즉흥성, 적응력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HBR 글에서는 환경의 다양한 제약조건에도 잘 적응하는 성공적인 중국인 비즈니스 리더들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찰스다윈이 살아서 이들을 보았다면 기뻐했을 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암튼 지난 주말 둘이서 족히 4인분은 먹고 배두들기며 명동성당 구경 갔다가 돌아와 응팔보며 마음과 몸무게 모두 넉넉한 시간 보냈습니다:) 2016-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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