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오르후스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미국 클리블랜드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 세 대를 연달아 바꿔타면서 숙소에 도착할 때쯤 지쳐있었고, 배가 고팠습니다. 지친몸으로 방에 들어서는데, 건너편 방에서 스님같이 생긴 외국인이 나오면서 인사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알고보니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이더군요. “호, 저녁 먹으러 같이 가지 않을래?” 피곤하긴 하지만 먹지 않고는 잠들기 힘들 것 같아 그와 숙소에서 가까운 식당 L’Albatros에 갔습니다(이 곳에서 제법 유명하고 맛있는 식당이라며 호텔 직원이 알려주었습니다).
아비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이스라엘 사람으로 싱가폴에서 활동하는 리더십 트레이너인데, 삶과 비즈니스에서의 모토가 ‘딜라이트’였습니다. 웹스터 사전을 보면 ‘딜라이트’란 단어는 강력한 행복의 느낌(a strong feeling of happiness),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무엇(something that makes you very happy)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삶이든 일이든 딜라이트를 추구하는 것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면서 자신이 하는 일도 조직에 딜라이트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대화를 하면서 그가 식당에서 하는 행동을 흥미롭게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이 곳에서는 주문을 받고 중간에 와서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웨이트리스가 있고, 수프와 물, 디저트를 가져다주는 웨이터나 웨이트리스가 모두 달랐습니다. 제가 한 웨이터를 붙잡고 왜 각각 다른 사람들이 서빙을 하느냐고 묻자, 웨이터나 웨이트리스의 경력과 등급에 따라 서빙하는 것이 다르다고 하더군요. 자신은 초급이라서 물을 맡고 있다고…
아비는 3-4명의 웨이터와 웨이트리스가 테이블에 올 때마다 이름을 묻고, 고맙다는 말을 하더군요. 직원의 추천에 따라 DUCK CONFIT(crispy duck leg with sweet potato puree and braised cabbage)과 CASSOULET(braised white beans with lamb, duck confit, pork belly, and sausages)를 시켰는데, 맛이 꽤 훌륭했습니다. 아비는 웨이트리스에게 부탁을 해서 쉐프를 잠시 볼 수 있겠느냐고 하더군요. 여성 수쉐프가 테이블에 왔는데, 아비는 자신이 먹은 요리가 얼마나 훌륭했는지, 구체적으로 칭찬을 건네기 시작했습니다.
디저트를 먹으며 그에게 내가 관찰한 바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하더군요. 이 식당에서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고. 하나는 밥을 맛있게 먹고 그냥 나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 식당에서 만난 사람들과 잠시지만 관계를 형성하는 것. 밥을 맛있게 먹었다면 만들어준 사람에게 당신이 나를 얼마나 딜라이트하게 만들어주었는지 알려주고 인사를 나누는 것이 자신의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엔 여러 방식과 철학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제 앞으로 수업하는 4일 동안 아비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한 번 관찰해볼 생각입니다:) 클리블랜드에서의 첫날 밤은 그렇게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서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