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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Apr 05. 2018

KLM 항공 기내식 테이블 웨어와
마르셀 반더스

슈퍼스타가 있으면, 일이 수월해진다

거의 15년 만에 탄 KLM 항공. 국적기의 심하게 친절한 서비스에 비하면 꼭 필요한 서비스를 나이스 하게 제공해주는 정도다. 여유 있고 편안한 친절이라고 할까. 젤 눈이 가는 건 역시 기내식 식기와 커틀러리. 항공사뿐 아니라 한 나라의 문화를 한눈에 보여주는 수단이 되니 당대 인정받는 브랜드나 디자이너가 맡게 된다. 핀에어가 이딸라와 마리메코에게 이 역할을 맡겼다면 KLM은 헬라 융겔리우스가 기내 인테리어를, 마르셀 반더스가 기내식 테이블웨어를 책임졌다. 이렇게 누가 들어도 아는 자국 출신 슈퍼스타 디자이너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내가 만든 화병은 꽃이 없어도 아름답다”라고 자신감 넘치게 이야기하는 반더스는 인테리어, 가구, 제품 등등 온갖 것을 다 디자인하는데 2011년 KLM 프로젝트를 맡아 특히 기뻐했다고 한다. 화려한 전통문양을 현대적으로 해석해(반더스의 장기) 메뉴판 표지에 넣었다. 와인잔은 밋밋하지 않게 장식을 위한 커팅을 넣었고 음료 잔은 손에 잡기 편하고 살짝 허리가 들어가게 디자인. 커틀러리 손잡이에도 그 특유의 현란한 장식이 들어있다.  


푸른색이 두드러지는 델프트 자기는 네덜란드의 특산품이다. 반더스는 이런 델프트 자기의 매력을 살리고 자신만의 과감함을 더해 접시와 보울을 디자인했다. 좁고 바쁜 기내에서 쓰이는 테이블웨어는 일반 가정에서 쓰는 것보다 크기도 좀 작고 기능적이며 튼튼하다. 사이즈와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혹시 기내 면세품으로 파나 열심히 가이드북을 뒤졌는데 아쉽게도 없다. 승무원에게도 물어보니 “네덜란드로 여행 가면 더 멋진 델프트 도자기 그릇들 많이 만날 수 있다”라고. 누가 모르냐고요. 난 그냥 그 순간 이 기내용 그릇이 너무 사고 싶었을 뿐이고.



맘에 드는 특이했던 것은 와인 리스트에 네덜란드 산 화이트 와인이 포함된 것. 생각보다 맛있다! 갈 때와 올 때 모두 너무 정신없어 대충 먹었는데 비빔밥 메뉴는 실패. 양은 국적기보다 푸짐한데 일단 밥이 심하게 질어서 먹다가 포기. 목적지에 도착할 때면 승무원이 카트에 도자기로 만든 네덜란드 전통 건물 미니어처를 담아 기념품으로 하나씩 고르게 하는데 내 옆자리 네덜란드 아저씨는 쿨하게 “난 필요 없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 아저씨, 그냥 받아서 옆 자리 나 주면 된다고요! 승무원님, 이 아저씨 안 갖는다는데 나 두 개 하면 안 될까요? 입 밖으로 온갖 망신스러운 말이 튀어나오려는 걸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다시 KLM을 타게 된다면 순전히 마르셀 반더스의 그릇과 선물로 주는 도자기 집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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