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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Aug 25. 2018

런던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Daunt Books

예쁜 샵과 레스토랑이 몰려있는 메릴본(Marylebone)에서 가장 사랑받는 곳은 누가 뭐래도 던트북스(Daunt Books) 본점이다. 런던 시내 6개 지점이 있는 독립서점인데 그중 메릴본 본점은 1912년 세워진 서점 건물에 자리한다. 뉴욕의 투자은행가 제임스 던트가 이 자리에 있던 서점을 1990년 사들여 자기 이름을 딴 여행책 서점을 열었다고 한다.

여행책 전문 서점인데 이곳의 책 분류방식은 독특하다. 1충 앞쪽에는 서점에서 엄선한 소설과 시 등 신간이 자리한다. 한쪽은 가장 중요한 독자인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처세서나 경영서는 찾기 어렵다. ‘Through to Books Arranged by Country’라는 문구처럼 대륙별, 국가별로 책이 꽂혀있다. 여행책 전문점이지만 단순한 가이드북은 없다. 영국에 관해서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등으로 나누고 정치와 경제, 자연과 사상, 예술과 정원에 관한 책과 그나라 혹은 지역 출신 소설가와 시인의 책이 빽빽하다. 한국 대형 서점처럼 출판사가 매대를 사서 책을 까는 일은, 없다.

선정한 책에서 직원과 서점의 공력이 느껴진다. 지적 자극을 줄 책들이 즐비하다. <삼국지>와 <모택동 평전> 등이 꽂혀있는 중국 서가와 <겐지모노가타리>와 다도 책이 꽃혀있는 일본 코너 옆에 한국 코너가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 요즘 책이 많이 늘어 한국전쟁에 관한 책과 김정은에 관한 책, 소설로는<채식주의자>와 <흰>이 자리하고 있다. 던트북스 뿐아니라 런던 시내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데, 아, 한강 작가 아니면 어쩔 뻔했어...

던트북스는 초록색이 상징이다. 책 매대는 월리엄 모리스 풍의 오래된 천으로 감싸놓았고 조명도 모두 초록색이다. 서점의 상징이 된, 책을 담아준 천가방 역시 초록색. 책으로 이루어진 정원, 책의 숲에 있는 듯 기분이 좋다. 책은 그 자체로 대단한 여행이다. 낯선 세상으로 이끌어주는 긴장되고 매혹적인 여행. 새로운 나를 만드는 데에는 독서와 여행밖에 방법이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인 여행과 책을 갖춘 공간. 나머지 한 가지인 ‘음악’은, 이 곳에 없다. 사람들이 온전히 책과 생각에 집중하도록 배려한 것이란다.  
직원들은, 손님이 묻지 않으면 책에 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아곳 손님들은 자기가 필요하는 책을 잘 아는, 지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란다.

런던에 도착한 첫날 달려간 던트서점에서는 마침 가드닝 책의 출간기념회가 열리고 있었다. 와인을 한 잔씩 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소식을 교환하는 모습이 따뜻했다. 수수한 차림이지만 눈빛은 날카로운 손님들은 요즘처럼 책 만들기도 팔기도 어려운 시대, 이 서점을 지켜낸 까다롭고 관대한 독자들이다. 유리지붕으로 들어오는 햇살, 삐걱이는 나무계단, 발간된 지 20년 지났지만 당당히 서가를 지키는 책. 무심한 듯보이지만 부탁하면 친절하고 재빠른 직원들. 그 모든 것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아름다운 서점, 던트북스다.
#herlondon #her_london #dauntbooks
83 Marylebone High Street,
London W1U 4Q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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