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부부는 어떻게 늘 행복할 수 있을까?
오늘 SBS 라디오 <최영아의 책하고 놀자> 방송 녹음을 한 책은 <내일도 따뜻한 햇살에서> (츠바타 슈이치 , 츠바타 히데코 지음 | 오나영 옮김 | 청림라이프 | 2012년)입니다.
스스로를 ‘자유시간 평론가’로 규정하는 건축가 출신의 88세(2012년 당시) 츠바타 슈이치와 소녀시절 “이상을 마음속에 품고 있으면서도 밭을 일굴 수 있는 사람”을 이상적인 남성상으로 꼽았던 그리고 그런 남편을 만났다고 말하는 츠바타 히데코 부부의 노년 생활을 잔잔하게 쓰고, 그린 책입니다. 읽다보면 정말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쬐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나고야시 근교 35년전에 지은 작은 단층집에 200여평의 텃밭과 30평의 잡목으로 이루어진 숲을 벗삼아 사는 부부의 행복 비밀은 무엇일까요? 책을 읽으면서 제 나름으로 책에 나온 내용을 카테고리로 나누어 보았는데요. 오늘 녹음에서는 일곱가지를 이야기했는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제가 “따로 또 같이”라고 요약한 부분이었습니다.
지붕은 높지만, 21평의 공간에 칸막이도 없이 침대와 부엌과 서재가 모아져있는 통나무집에서 이 두 노인은 자기들만의 확실한 공간을 갖고 살아갑니다. 아내는 부엌, 남편은 서재. 자신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공간이지요. 이런 공간에서 아내는 벽돌화로에서 수제 베이컨을 만들고, 예쁜 그릇들을 모으며 행복해 합니다. 반면 남편은 매일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고, 그림으로 남기는 것에 재미를 느낍니다. 이렇게 자기만의 공간과 재미를 갖고있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어떤 강요도 하지 않습니다. 아침에 남편은 밥과 국을 먹지만, 아내는 빵으로 식사를 합니다. 그리고 서로의 다른 성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합니다. 아내는 간장이나 설탕을 대충 부어 넣으며 요리하는 성격이라면 건축가였던 남편은 철저하게 기록하고, 깔끔하게 처리하는 편입니다.
제가 매력을 느낀 것은 할머니의 성격이었습니다. 여유있는 마음이 여기저기서 느껴졌는데요. 바로 이 장면이었습니다. 케이크를 만들면서 한꺼번에 설탕을 붓다가 넘쳐서 테이블이나 바닥에 설탕을 흘리면 어떻게 반응하시겠어요? 저 같으면 왕짜증 날텐데요. 하지만 이 할머니의 리액션은 다릅니다.
“괜찮아요. 닦으면 되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