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시계 브랜드들은 대부분 한적한 산속, 작은 마을에 작업장 혹은 ‘매뉴팩처’를 운영합니다. 견학과 취재를 가면 직원식당이나 내부 카페테리아에서 전심을 먹게 되는데 일반적인 레스토랑과 달리 푸근한 느낌을 주어 훨씬 더 맛있게 느껴지곤 합니다.
몽블랑의 매뉴팩처 두 곳을 둘러보는 출장, 오전부터 이어지는 일정에 역시 점심을 자연스럽게 ‘공장’에서 먹었습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응접실과 아름다운 회의실에 차려진 식사. 특별히 시내에서 조리사를 초청해 준비했다네요.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로 이어진 식사는 단순한 조리로 재료 맛을 살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두 종류 새우와 그린샐러드에는 봄을 알리는(비록 창밖에는 눈발이 펄펄 날리지만) 꽃을 살짝 더해 사랑스러웠습니다. 깜짝 놀랄 만큼 부드럽고 간이 딱 맞았던 송아지 고기에 이어 딸기와 초컬릿 디저트, 몽블랑의 상징 흰별이 그려진 컵에 나온 커피. 아무리 유명하고 비싼 레스토랑도 이 편안한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을 따라가기 힘들 것 같았습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부품을 손으로 조립해 내는 집중력과 타협을 거부하는 고집을 확인하는 자리에 정성 담긴 점심식사가 더해져 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