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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05. 2019

삶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언젠가 아내가 영화감독 장진씨의 강연을 듣고 와서 장 감독의 가훈을 전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 집의 가훈은 “방법이 없다”라는 것입니다. 처음엔 빵 터졌지만, 어쩐지 그 안에 삶의 지혜가 담겨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살아가는 데 뭐 대단한 방법이 있겠습니까, 부딪혀 보는 수 밖에요.


그날 아내와 우리 두 사람의 가훈이 무엇이 될지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결론은 “같이 먹는 게 남는 거다”였습니다. 이런 가훈은 오늘 <한겨레> 신문에 기고한 글에 담긴 생각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냉장고 문짝에서 입을 살짝 벌리고 있는 우유통에만 유통기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삶의 유통기한이란 여러가지를 의미합니다. ‘내가 운전을 할 수 있는 날’ ‘아내와 여행을 할 수 있는 날’ ‘음식맛을 잘 느낄 수 있는 날’ ‘편하게 배변할 수 있는 날’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날’ ‘글을 쓸 수 있는 날’ ‘책을 읽을 수 있는 날’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있는 날’…  


그런 인생 유통기한이 다 되면 과연 무엇을 그리워할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일을 더 활발하게 못한 것도 아닐 것이고,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거나 유명해지는 일도 아닐 것입니다. 가장 아쉬워할 것은 아마도 아내와 함께 밥을 먹으며 술 한 잔 하고 부른 배를 두드리며 소파에서 TV 보던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통기간이 다하는 날까지 함께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종종 HER Report에 남기는 게 제 삶의 행복이 될 것 같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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