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된 뉴욕 서점Argosy Bookstore
CBS뉴스가 보도한, 뉴욕의 91년된 Argosy Bookstore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925년에 세워진 이 서점은 창립자가 사망한 1991년 세 딸이 물려 받아 지금까지 영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모두 70대에 접어든 세 자매는 역할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첫째는 책의 초판본(1st edition)을 담당하는데, 예를 들어 <모비딕>의 초판본은 4만 달러라니 4천만 원이 넘네요… 둘째는 유명인들의 서명이 담긴 문서를 담당하고 셋째는 지도와 아트 갤러리를 담당합니다.
이 뉴스에서 세 자매와 인터뷰하는 도중 중요한 말이 나옵니다. 기자가 어떻게 뉴욕 한복판에서 90년 넘게 지금까지 사업을 해오고 있느냐고 묻습니다. 보통 1년에 100건 정도 건물을 팔라는 요청이 들어오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합니다.
이 빌딩을 팔면 세 자매 모두 평생 하고 싶은 것 즐기며 살 수 있을 텐데 이들은 70대에도 일하며 서점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점을 지속할 수 있었던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현실적인 이유로 세 자매가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빌딩 소유주가 아니라면 서점을 이렇게 오랫동안 운영하지 못했겠지요. 두번째, 이들은 “books in danger”라는 표현을 쓰는데 책의 가치를 보호하고자 하는 정신을 지키고 있습니다.
오늘 이 기사를 놓고 출근하면서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보통 요즘 유행하고 있는 서점이나 공간에서 의미있는 것을 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빌딩이나 이런 아이디어를 펼쳐낼 수 있는 공간을 소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빌딩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공간에서 의미(meaning)를 찾기보다는 돈(money)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타까운 장면이기도 합니다.
아이디어(소프트웨어)를 가진 사람이 빌딩(하드웨어) 없이 이를 실현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몇 해 펼칠 수는 있겠지만 지속하기가 힘든 것이지요. 빌딩을 가진 분들이 의미있는 사업(meaningful business)을 우리나라 곳곳에 만들기를 기대하는 것이 더 빠른 것은 아닐지. 어린 시절 들리던 빵집과 서점을 왠만해서는 찾기 힘든 우리의 도시들. ‘5천 년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의 도시에서는 ‘몇 백년’ 역사를 가진 미국에는 있는 백년이 넘는 가게와 빌딩, 그리고 그를 보호하려는 정신을 찾기가 힘든 것이 서글프게 느껴집니다.
지금까지 평생 빌딩을 갖기 힘든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