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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06. 2019

살빼기와 ‘결정의 순간(decision point)’

클리브랜드에서 워크샵을 참석할 때 일입니다. 대니얼이라는 남자와 옆에 앉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자기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아들 나이가 30대 중반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날씬한 몸매의 대니얼이 40대 초중반일 거라 짐작했거든요. 제가 나이를 잘못 보았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그 비결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운동이라 할 줄 알았는데, 그는 음식을 이야기하더군요. 먹는 것을 잘 컨트롤하는 것이 비결이라는 것입니다. 살찌는 것은 걱정되지만 음식 앞에서 컨트롤이 잘 안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물었습니다.

그는 음식을 놓고 ‘자신과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합니다. 자신도 햄버거 같은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흔들린다고 합니다. 저는 그 흔들리는 마음 그대로 음식에 빠져버리지요. 그런데 대니얼은 그 순간에 잠시 자신과 대화를하더군요. “그래 내 몸은 햄버거를 원하고 있어. 당연하지. 맛있으니까. 하지만 대니얼(자신을 가리키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이 음식은 건강한 음식인가?” 그렇게 자신과의 대화를 하면서 음식에 대한 유혹을 마음 속에서 정리해내고, 음식을 가려서 적게 먹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전 <Two Awesome Hours>라는 책에서 읽었던 ‘결정의 순간’이라는 개념이 떠올랐습니다. 아래 링크한 최근 칼럼에서 제가 설명했던 부분을 옮겨 인용해봅니다.


“우리는 하루를 보내고 나서 오늘도 ‘정신 없이’ 보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정신 없이’란 무슨 뜻일까. 우리는 하루 일정의 상당 부분을 ‘생각 없이’ 보낼 때가 많다. 회사에서 진행하는 회의나 보고서 등은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한 일상이 되고, 따라서 그냥 일정이 생기는 대로 ‘자동모드’로 일정을 밟아 나간다는 것이다. 갑자기 회의가 생기면 “또 무슨 일이 있나 보군…” 하고 들어가고, 서로 ‘뻔한 말’을 나누고 또 회의를 마친다. 이처럼 자동모드로 하루 일정의 대부분을 소화하고 나면 바쁘게 보냈지만 정작 오늘 무엇을 했는지 모르게 되고 허탈한 기분도 갖게 된다.
데이비스 박사가 말한 결정의 순간이란 일정과 일정 사이에 5분 정도 짬을 내서 혼자서 “오늘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지?” 생각해 보고, 자신의 일정을 조금씩 조정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바쁜 일정 사이에 잠시 빠져나와 결정의 순간을 몇 차례 갖는 것은 생각 없이 지내는 일상 속에서 혼자서 생각하고 결정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갖는 것이고, 이에 따라 나의 일상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줄 수 있다.” (휴가지에서 써보는 오비추어리 중에서)


제 경우 맛있는(건강하지 않고 기름진:) 음식 앞에서 바로 ‘자동모드’로 허물어집니다. 하지만 대니얼은 음식 앞에서 자동 모드를 결정의 순간으로 전환하고,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음식과 ‘협상’을 벌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 저도 음식 앞에서 저 자신과 대화를 하며 결정의 순간을 갖고, 음식과 협상을 할 수 있어야 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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