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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06. 2019

술, 주량과 취향의 사이


“주량이 얼마나 되세요?”

술자리에서 흔히 주고 받는 질문이다. 마치 상대방이 얼마나 센지 간 보는 듯이:) “어떤 술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도 던질 때가 있지만 소주, 맥주, 와인 정도에서 그치는 것 같다. 문화간 커뮤니케이션(intercultural communication)이란 과목에서 배울 때 보면 한국은 집단주의(collectivism) 성향이 매우 높고 개인주의(individualism) 성향이 매우 낮은 국가에 속한다. 예를 들어 개인주의 척도로 볼 때 미국이 90점이 넘는다면 한국은 18점이다(물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매우 다른 개념이다). 한국인은 자신이나 상대의 취향에 대해 민감하지 않은 편에 속한다. 요즘 20대는 그 윗세대보다는 더 세련된 취향을 가졌겠지만-.


이번 여행 중엔 참 술을 많이 마셨다.^^ 하지만 취한 적은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점심과 저녁에 반주로 한 두 잔씩 천천히 마셨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서울에서는 마시기 함들고 값도 비싼 일본 위스키를 골고루 마셔보았다. 20-30대에는 폭탄주를 빼고는 양주를 마셔본 적이 없었다. 40대 중반이 넘어서 딱 한 잔씩 마시는 것이 좋아졌다. 향도 느끼고 스트레이트나 얼음과 함께 마시다 보니 술과 진짜 친구가 되어간다. 얼마 전에는 지인과 오후 4시쯤 바에 들어가 위스키를 아주 천천히 마시며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는 기분좋게, 취하지 않고 일어섰는데 시간이 10시가 넘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란적이 있다.


과거에는 양으로 술을 마셨다면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취향으로 술을 마시게 되는 것같다. 무엇보다 이번 휴가에서는 충분히 자고 매일 둘이서 맛있는 음식에 반주를 하는 일정이라 좋았다. 2016년 인상적으로 읽었던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것인가>를 읽고나서 나이가 들어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병원이나 실버타운에서 지내는 것보다 익숙하고 좋아하던 집에서 매일 자신이 좋아하던 아이스크림이나 술 한 잔 즐기다가 세상을 떠나는 것이 더 잘 죽는(사는) 방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조금 일찍 세상을 뜬다고 하더라도). 요즘 같아선 매일 반주 한잔씩 하는 것은 내 삶에 행복을 주는 리추얼(ritual)이 되어간다. 주량은 얼마 안되지만 취향이 맞는 술을 찾아 친해지는 과정이 재미있다. 이제 이 글 마치고 늦은 저녁과 반주 한 잔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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