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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09. 2019

The Half Moon Inn


숙소: The Half Moon Inn, Sheepwash, Devon, UK


 and “Life Immigration”


 데본의 목공학교수업을 듣는 동안 숙소는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Sheepwash란 마을의 The Half Moon Inn을 골랐습니다. 사실 이 지역엔 호텔은 없습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주민이 200여명에 지나지 않고, 이 마을 전체에 유일한 바(bar)가 바로 ‘하프문인’에 있기 때문입니다.


 5시만 되면 칠흑같은 어둠이 깔리고 가로등도 없으며, 구멍가게가 딱 하나 있는 곳. 일요일 저녁에 도착한 이 곳의 바는 마을 사람들이 서로의 얼굴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 같았습니다.


 바이긴 하지만 주말엔 마을 주민들이 어린이들도 데리고 와서 퀴즈 게임을 하며 놀기도 하고, 파티도 하더군요. 느린 삶이란 바로 이 곳을 두고 하는 말 같았습니다.


 첫 날 목공소에 갈 때, 지리를 몰라 물어보자 한 아줌마 직원이 “내가 차를 타고 앞설 테니 따라와”하면서 친절히 목공소까지 안내를 해주더군요. 목공소에 도착해서는 “밤 9시까지도 안오면 우리들이 동네로 찾아나설께!”라며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숲으로 뒤덮인 길은 차 한대가 다니는 시골길이라 서로 마주보게 되면 한 쪽이 뒤로 차를 몰아 양보해야 하는 그런 길입니다.


 호텔에서 기념으로 준 Margaret Waddingham이란 사람이 쓴 <Sheepwash: Reflections of a Village>란 소책자를 살펴보니 이 여관은 이 bar는 1795년에도 존재했습니다. 당시 Sheepwash 지역에 4개의 바가 있었는데, 지금은 Half Moon에 있는 바만 남아 있습니다. 이 여관건물은 16세기에 지어진것이라니 놀랍기만 합니다.



 방이나 화장실은 깨끗했습니다. 방은 50파운드(8만원)에 아침식사는 무엇을 시켜도 동일하며 모두 포함됩니다. 아침이면 버섯을 정말 즐겨 먹었는데요. 물어보니 버섯을 오븐에서 버터와 소금, 후추로만 굽는다고 하네요. 매일 아침 2-3개씩을 먹었고, 신선한 과일과 찐득한 요거트에 넣어 먹었습니다. 하루 8시간씩 목공을 하고 오면 바로 바에 들러 저녁을 먹었습니다.



  “영국에는 Fish & Chips밖에 없다”고 하는데요. 그나마 먹을만한 것이 Fish & Chips여서 다양하게 먹었보았습니다. 대구(Cod), 넙치(Plaice), 치어(whitebait)등 다양한 재료를 써서 조리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저녁 식사와 함께 맥주와 위스키를 한잔씩 걸치는 것은 잊지 않았구요:)



  이런 곳에서 사는 삶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얼마전 한 업계선배로부터 진정한 삶의 변화를 위해서는 life immigration(삶의 이민)을 해봐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익숙한 삶을 살면서 변화는 힘들다는 것이지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때로 우리는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삶을 발견한다고 합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Sheepwash에서 지내면서 런던이나 파리, 뉴욕과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이런 슬로우 마을에서 한 동안 지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화로밍은 전혀 터지지 않고, 제한된 지역에서만 인터넷이 가능한 환경도 불편은 하지만, 방해받지 않고 삶에 대해 생각해보기에는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서울에 돌아와서 본 <삼시세끼-어촌편>에 나온 만재도 풍경에 눈길이 갔습니다.


 느린…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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