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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09. 2019

숲 한가운데 자리한 거대한 유리 범선

루이비통 파운데이션 미술관


세상에는 한다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집, 에고, 자신감과 야심으로 뭉친 사람들말입니다. 그런 사람과 가까이 있으면 참 힘든 일일 텐데, 유명한 고급 브랜드를 왕창 갖고 있는 LVMH의 아르노 회장이나 건축가 프랭크 게리처럼 ‘담번엔 무슨 일을 낼까’ 궁금하게 만드는, 멀리 있는 사람이라면 뭐, 재미있습니다.


2006년 이 두 야심가는 미술관을 짓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정확히 말해 아르노 회장의 소장품을 기반으로 한 비영리기업재단 미술관(Fondation Louis Vuitton) 설계를 프랭크 게리가 맡는다는 것이었죠. 파리 시가 LVMH에 50년 부지 임대를 해주고 이 기간이 끝나면 땅은 물론 1억5천만 유로(얼마나 되는 큰 돈인지 저는 감도 안옵니다)나 들여 만든 미술관 또한 파리시에 기증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하지만 진행은 쉽지 않았습니다. 블로뉴 숲을 보존하려는 사람들이 소송을 걸었지요. 우여곡절 끝에 특별법까지 만들어 통과되었고 계획발표 후 8년만인 2014년 10월에 완공되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아침 일찍 찾아간 블로뉴숲, 12개 유리돛을 단 거대한 배가 숲 속에 서있습니다. 누가 봐도 ‘프랭크 게리’ 작품입니다. 게리 특유의 알루미늄 패널 대신 라미네이트 유리 패널 3600여개을 사용해 좀더 경쾌하고 워터가든을 조성해 배가 물위에 떠있는 느낌을 줍니다. 입구의 커다란 LV 로고와 레스토랑의 물고기 모양 조명도 게리의 작품입니다. 거대한 서명이라고나 할까요?


하필이면 전시 교체중이라 건축물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공간에 상설 작품들이 적절하게 자리잡아 흥미롭네요. 강연장/공연장에는 엘스워스 켈리가 만든 12색 패널 커튼이 설치되었고 루이 비통과 작업을 자주 하는 올라푸 엘리아슨은 프리즘 모양의 노란 기둥 43개로 이루어진 설치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건축물이 워낙 유별나서 화제가 되는 바람에 전시 자체가 덜 부각되지만 현대 미술에 있어서는 최고의 팀이 기획을 맡고 있습니다.


부유세 도입에 반대하며 거주처를 벨기에로 옮기려했다 논란이 되었던 아르노 회장은 이 미술관으로 다시 프랑스 문화의 중심 인물이 되었네요. LVMH가 파리와 프랑스에 주는 통 큰 선물이라고 보이는 공간입니다. 파리 시내에서 생각보다 가깝고 넓은 숲에서 자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파리에 가신다면 꼭 들러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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