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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09. 2019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슈퍼마켓’

클리블랜드의 Heinen’s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충분히 가볼 만한 슈퍼마켓(grocery store)이 있습니다…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슈퍼마켓일 거에요! 집에서 먹을 식료품도 사고, 와인이나 맥주 테이스팅도 하고, 아마 저녁 내내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지난 주 약 50여 명의 참석자들과 수업을 함께 듣는 동안 클리브랜드에서 살면서 NGO에서 일하는 수잔이 전 참여자들에게 클리브랜드에서 꼭 가볼만한 식당과 미술관 등 명소들을 꼼꼼하게 정리하여 보냈습니다. 종종 해외에서 수업을 듣다보면 사람들이 자신들이 사는 도시나 동네에 대해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느낄 때가 있는데요. 이런 메일을 받을 때가 특히 그렇습니다. 그런데 수잔의 메일 중에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습니다. 슈퍼마켓이 명소라고?


수업을 마치고 클리브랜드에서의 마지막 밤에 하이넨(Heinen)이라는 슈퍼에 가보았습니다. 시내 한 복판에 있는 슈퍼인데 왜 수잔이 그렇게 말했는지를 들어서자마자 알수 있었습니다. 박물관이나 의회나 국회 건물에나 있음직한 둥근 원형 건물을 뜻하는 로툰다(rotunda)가 이 슈퍼마켓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몇 년전 시내에 하이넨 지점을 내면서 옛 은행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슈퍼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우리로 말하면 한국은행 건물에다가 슈퍼마켓을 냈다고나 할까요? 덴마크에서도 느꼈지만, 이런 장면을 접할 때마다 얼마나 “무엇은 어때야 한다”라는 관념으로부터 이런 사람들이 자유로운지를 알 수 있습니다.


하이넨은 1929년에 클리브랜드의 동쪽에 작은 정육점으로 출발을 했다고 합니다. 당시 하이넨은 이 도시에서 가장 좋은 고기를 공급하는 업자가 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손님들이 이 가게에 만족하게 되면서 고기만 팔지말고 다른 식료품도 갖다놓으라고 요구를 했다고 합니다. 창립자였던 조(Joe)는 집에서 만든 땅콩버터, 피클, 도넛을 가져다 팔기시작했고, 이것이 발전되어 1933년에 하이넨은 슈퍼마켓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지금은 창립자의 손자인 톰과 제프가 가업을 이어가면서 오하이오주 북동쪽과 시카고 지역에 22개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네요. 무엇이든 오래동안 지속할 수 있는 힘, 이렇게 작은 정육점이 거의 90년을 이어가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잔이 뉴욕과 시카고 사이에 가장 큰 뮤지컬 극장가가 클리블랜드에 있다며 플레이하우스 스퀘어를 추천했는데 하이넨 바로 옆에 있길래 가보았더니 <A night with Janis Joplin>이라는 뮤지컬을 하길래 볼까말까 하는데 한 아저씨가 제게 오더니, 원래 같이 보려고 했던 친구가 못오게 되었는데 5불 깎아줄테니 자기표를 사겠냐고해서 지갑을 꺼냈습니다:) 클리브랜드에서의 마지막밤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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