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ER Travel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R Report Mar 09. 2019

프랑스 와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최초 캘리포니아 와인

샤토 몬텔레나(Chateau Montelena)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 (타임지 1976. 6. 7), 2008년 영화 <Bottle Shock>의 소재가 된 와이너리, 샤토 몬텔레나를 방문했습니다.
1976년 파리의 최고 와인가게인 Cave de la Madelaine과 와인학교인 Academie du vin을 운영하던 서른넷의 영국인 Steven Spurrier는 9명의 최고의 프랑스 와인 전문가를 초대하여 화이트와 레드 와인 모두 프랑스산 4개와 캘리포니아산 6개를 비교 평가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심판관들은 “향이 별로인 것을 보니 틀림없이 캘리포니아산일 거야…”라고 말하며 시음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마셨던 것은 프랑스와인이었습니다. 프랑스의 자존심 높은 심판관들이 모두 1등으로 뽑은 와인은 캘리포니아산 와인이었는데 화이…트에서 1등으로 뽑힌 와인은 73년산 샤토 몬텔레나였습니다.


와인을 가끔 마시긴 해도 “난 어느 지역 어떤 와인이 좋더라” 하고 세련되게 말할 줄 모르는 제가 유일하게 정말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화이트와인이 바로 샤토 몬텔레나입니다. 2013년 아내와 함께 초대받은 저녁 식사에서 우연히 맛본 이 와인을 잊지 못해 마침 그해 샌프란시스코 출장 길에 직접 방문해서 테이스팅을 했던 샤토 몬텔레나. 이번에도 다른 와이너리는 제껴두고 이곳부터 찾았습니다. 이 와이너리에는 돌로 지은 작은 건물에 별다른 전시물도 없이 그저 테이스팅만을 위한 작은 바가 있을 뿐입니다.


25불을 내면 6가지 와인을 시음하게 됩니다. 현재 이 와이너리의 CEO인 보 바렛(Bo Barrett)은 1981년 당시 일하던 와인메이커가 떠나자 당시 와이너리 주인이었던 아버지로부터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습니다. 그는 당장 답을 못하고 이틀간 고민했답니다. 그리고는 자유를 보장해주고 이전 와인메이커에게 아버지가 보여주었던 프로로서의 존중감을 보여주면 하겠다고 했고 아버지는 좋다고 하여 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3년만에 다시 들러 테이스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길가에 헛간 비슷한 곳에 ‘wine barrel furniture’라는 간판을 보고는 이끌려 들어갔습니다. 3년전 샤토 몬텔레나에 들렀을 때 와인통(barrel)을 쪼개어 만든 접시를 산 적이 있습니다. 목공을 취미로 가진 제게는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이곳의 주인이자 목수인 폴 블록(Paul Block)은 원래 셰프였답니다. 20년전 우연히 와이너리에서 갖다 버리는 와인보관통을 달라고 해서 가구를 만들게 됩니다. 대부분의 와이너리에서는 자신들의 와인통을 다른 목적으로 쓰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해 제안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오직 세 개의 와이너리만이 그에게 가구를 만드는데 사용하도록 허락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샤토 몬텔레나랍니다. 결국 3년 전에 제가 산 접시도 그가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와 목공에 대한 수다를 떨다가 다른 와이너리를 방문하려던 일정은 포기하고 다시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차를 몰았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슈퍼마켓’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