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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Aug 21. 2018

이것저것 시켜 나눠먹는 ‘베트남 패밀리스타일 레스토랑

샌프란시스코 the Slanted Door

어려서 남동생은 라면을 끓이면서 늘 나에게 "먹을 거야? 말거야?" 물어보았다. 그때마다 단호하게 "안 먹어" 대답해놓고 막상 라면이 다 되면 젓가락 들고 '한입만! 딱 한 입만 먹어 본다고!" 결혼 후에는 남편을 대상으로 이런 만행을 이어가고 있다. 음식점에 가면 무조건 나와 다른 음식을 시키도록 협박해 끝도 없이 '한 입만 먹어보자' 한다. 남편이 전화에 나를 '한입만'으로 저장해 놓는 것은 아닐까 걱정될 정도다.

한 가지를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한 입씩 여러가지 먹는 편이 훨씬 재미있다. 중국집에 가면 양장피에 난자완스에 탕수육 등 여러가지를 한 입씩 먹고 싶은데 요리 한 접시 분량이 너무 많으니 여러 사람이 가지 않으면 힘들고 이것저것 먹을 수 있는 코스요리는 내 마음대로 조합할 여지가 없다. 그런 면에서 이번 출장길, 베트남 레스토랑은 반가움 그 자체였다.  

임바카데로 마켓플레이스 페리 빌딩에 자리한 베트남 퓨전 스타일의 'The Slanted Door'는 엄청 넓은 공간에 사람이 가득하다. 편하게 젓가락질을 하는 서양인들이 어색해보이지 않는다. 이곳 메뉴는 '패밀리 스타일'로, 샐러드, 누들, 메인 등의 카테고리에서 몇 개씩을 고르는데 그러면 사람 수에 맞춰 음식이 나온다. 스프링롤에 파파야 샐러드, 국수와 흰쌀밥을 곁들여 치킨과 쇠고기 볶음을 먹고 싱싱한 청경채볶음도 시켜 큰 접시를 이리저리 건네주고 더 먹으라고 격려하는, 훈훈하고 왁자지껄한 분위기.

 

처음 만났거나 조금 서먹하거나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라면 생각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출장길에 만나 금세 친해진 일행과 함께 한 덕분에 '한입만' 외치지 않아도 한입씩 맛볼 수 있었던 즐거운 식사.
1 Ferry Building #3, San Francisco #herSan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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