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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0. 2019

예술가와 장인의 마을

피스카스 빌리지(Fiskars Village)


헬싱키 디자인박물관에 들어서면 리셉션 뒤에 수십 개의 주황색 가위가 장식으로 꽂혀있습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 가위는 핀란드 디자인을 상징할 정도로 유명합니다. 바로 피스카스(Fiskars) 가위이지요. 1649년 철제부품업(ironwork)으로 시작해서 2014년 설립 365년을 맞이한 핀란드의 기업. 집과 정원, 아웃도어 소비자 제품에 집중하는 기업. 2013년, 한국에서도 그릇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로열 코펜하겐을 인수했고, 2015년에는 역시 도자기 회사인 웻지우드(Wedgwood), 로열 달튼(Royal Doulton), 로열 알버트(Royal Albert)등이 속한 WWRD 그룹까지 인수한 핀랜드 회사입니다.


피스카스가 설립되었을 때, 당시 핀란드는 철을 다루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시 핀란드를 지배하던 스웨덴의 허가를 받아 1640년대에 스웨덴은 물론 독일과 네덜란드의 기술자들을 데려와 피스카스 빌리지에서 작업을 했고, 1740년까지 115명 정도의 사람들이 피스카스 빌리지에 살았다고 하네요. 피스카스 공장과 회사가 옮겨 가며 버려져 있었는데 피스카스에서 예술인 마을로 조성하며 다시 새로운 전기를 맞아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피스카스 빌리지는 헬싱키에서 차로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세 가지 풍경.
우선 아름다운 풍경. 호수가 168,000개가 있다는 핀란드에서 호수를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일요일에 찾아간 피스카스 빌리지는 호수와 장인 작업장과 집들, 작은 가게와 식당이 어우러진 평화로운 모습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대장장이인 Upi Anttila였습니다. 첫 인상은 영화 <백투더퓨처>에 나오는 박사와 같았는데요. 알고보니 이 곳에서 매우 유명한 장인이라고 하네요. 만든 지 최소 50년이 족히 넘었다는 옛날 못 서른개와 수저를 하나 샀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역시 피스카스 빌리지의 가게들이었습니다. 피스카스 도끼는 가위와 함께 유명한 제품 중 하나인데 목공작업을 하며 나무를 쪼개거나 다듬을 때 쓰기 위해 샀습니다.


호텔로 돌아와서 자료를 찾아보니 피스카스 가위가 만들어진 것은 비교적 최근인 1967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오렌지 색으로 가위의 플라스틱 손잡이를 만들게 된 것일까요? 원래 이 제품을 처음 만들 때 디자이너는 검정색, 빨간색, 녹색을 고려했다고 합니다. 시제품(prototype)을 만들기 위해 기계공에게 부탁을 했는데, 기계공이 세 가지 색 이외에 기계에 마침 남아있던 오렌지 색으로 시제품을 하나 더 만들었다고 합니다. 내부 평가에서 오렌지와 검정색이 가장 인기가 있었고, 결국 투표를 통해 오렌지로 최종 결정이 되었다고 하네요. 피스카스는 핀랜드와 미국, 카나다에서 오렌지 칼라의 가위를 특허로 등록했다고 합니다.


만약, 이 가위가 검정색으로 세상에 태어났다면 지금처럼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을 수 있었을까요?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저도 사업을 10년째 해오면서 이렇게 수 백년 동안 사업을 해오고 있는 기업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무엇이든 일관성을 갖고 지속한다는 것은 어렵고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피스카스가 앞으로도 오백년 이상 사업을 지속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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