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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0. 2019

서울로 7017의 모델이 된 ‘뉴욕 하이라인’을 걷다


짧은 일정의 출장, 잠시 비는 시간에 휘트니뮤지엄의 비엔날레를 보고 미술관 바로 옆에서 연결되는 ‘하이라인’을 걸었다. 얼마 전 개장한 서울로 7017 때문에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하이라인은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에서 시작되어 첼시를 지나 웨스트사이드야드까지 이어진다. 화물 운송을 위해 1934년 개통된 고가철로였는데 1980년 기차 운행을 중단하고 야생식물과 쓰레기로 뒤덮여 흉물이 되었다가 놀라운 정원이자 공원, 산책로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시민단체인 ‘하이라인의 친구들’과 뉴욕시의 노력으로 2003년부터 설계안을 공모해 전 세계 36개국에서 720개 팀이 참가했다. 2004년 미국의 제임스 코너 (James Corner Field Operations)와 딜러 스코피도+렌프로(Diller Scofidio+Renfro)가 선정되어 공사를 한 후 2009년 개장했는데 최종적으로 완공된 것은 10년 만인 2014년.


보슬비 내리는 가운데 걸어간 하이파크는 이제 자리가 잡히고 나름의 생태계가 갖춰져서 훨씬 더 아름다워졌다. 철로를 완전히 없애지 않고 일부를 남겨 꽃과 나무를 심었고 산책로에는 철길 모티프의 벤치와 선베드가 놓여있다. 구역별로 정원과 수변 공간이 자리한 가운데 주위에 프랭크 게리, 장 누벨, 시게루 반 등 유명 건축가들이 지은 빌딩과 휘트니미술관 등이 들어서 도심의 녹색공간인 동시에 각 건물을 연결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엄청난 시설물이나 예술품 없이, 풀과 나무, 꽃들로 이어진 ‘평범한’ 정원이 사실은 얼마나 비범한 것인지 알 것 같았다. 허드슨 강이 보이고 오래된 벽돌건물과 새로 들어선 건물들이 어우러진 전망은 하이라인의 또다른 선물. 커피숍과 작은 숍들이 중간중간 등장해 또다른 휴식처가 되어준다.


하이라인을 모델로 삼은 서울로 7017의 모습에 당황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 나 역시 지나가며 잠시 보았지만 수많은 콘크리트 동그라미 화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거대한 신발무덤처럼 보이는 슈즈트리는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제 막 오픈을 했으니 앞으로 더 나아지겠지…. 세상 대부분의 일들이 쉽게 판단하고 평가할 수 없는 것이니 그래도 가능성을 믿고 기대를 접지 말아야 하겠지만 하이라인을 걷다 보니 여러 가지 복잡한 마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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