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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1. 2019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길의
커피숍

하코다테 ‘모토마치커피’


하코다테 카페와 레스토랑은 영업일과 영업시간을 잘 살펴야 한다. 일주일에 3~4일 문 닫는 곳도 있고 하절기와 동절기 영업 시간도 다르다. 언덕길을 오며가며 여러 번 봤지만 늘 닫혀있던 커피숍, 오늘에야 ‘open’이라는 푯말을 확인하고 냉큼 달려갔다.


주인이 스탠드를 켜놓고 커피원두를 한 알 한 알 고르다 우리가 들어가니 맞아준다. 눈길을 끈 것은 벽 면 가득한 커피잔과 찻잔 콜렉션. 
“내가 원하는 게 바로 이런 거야! 이렇게 죽 늘어놓고 그때 기분에 따라 잔을 골라 커피 마시는 거!!”
나도 모르게 울부짖자 H가 놀라 “그래그래그래, 서울 가서 이렇게 만들자” 하고 얼른 진정시킨다. 직접 로스팅한 커피콩을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갈아 커피를 내려주기에 “한 잔씩 만들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메뉴에 작게 적혀있다. 로스팅 정도, 원두의 양, 커피의 양에 따라 선택이 다양하다. 늘 네스프레소 캡슐을 내려먹다 이곳 커피를 마시니 맛있다… 또다시 “아, 여기 커피는 왜 이렇게 맛있는 거야” 하고 울부짖고 말았다. 


10개월만의 휴가, 다른 생각 없이 오래 걷고 밥 먹고 자는 일만 하니 커피맛도 다르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오래된 일본 노리다케잔과 독일 쾨니츠(Konitz) 잔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벽 선반의 커피잔을 세어보니 150개 정도 되는 듯하다. 음, 난 아직 멀었어, 분발해야겠군.


밖은 비가 내리고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다. 이 집에 들어오니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다 괜찮아’ 하는 안온함이 느껴진다. 따뜻한 조명, 은근한 음악, 앤티크 소품과 커피향 덕분인가. 겨울이면 옛날 난로에 장작을 땐다고 한다. 커피가 정말 맛있었다고 하니 시크한 주인도 크게 웃는다. 눈 내리는 하코다테 언덕길을 바라보며 좋아하는 잔에 커피 부탁해서 마신다면 참 근사하겠다.
그래서 다시 와야 한다. 하코다테에.


Motomachi 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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