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은 역시 이런저런 책이 많아 헤맬수록 좋다
츠다야가 서점의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대명사가 되었지만 나에게는 뭐랄까, 팬시 스토어처럼 느껴진다. 서점이란 무슨 책을 살지 무슨 책을 볼 지 모르고 그냥 갔다가 예상치 못한 낯설고 신기한 책을 발견하는 곳이면 좋겠다. 전혀 관심없던 분야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되고 별로 볼 일 없을 것 같은 딱딱하고 진지한 철학책이나 법전이나 각종 사전이나 수험서도 꽂혀 있어야 한다. 생각하는 모든 범위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면 좋겠지만 매년 수만 종이 넘게 쏟아지는 신간에 구간까지 합쳐 무작정 보유 권수를 늘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마루젠 교토는 1907년 산조에 문을 열었고 1940년 가와라마치로 자리를 옮겨 영업을 했다. 이 서점은 모토지로 카지이(梶井基次郎)의 소설 <레몬>의 무대가 되어서 유명해졌다. 1991년 첫 교토 여행 이후 여러 번 오가며 자주 들려 쉬기도 하고 책도 사던 곳. 2005년 폐점 소식에 아쉬운 건 나뿐만이 아니어서 교토 시민들은 서점에 레몬을 놓아 두며 이 서점의 마지막을 기념해 화제가 되었다.
그러다 2015년 쇼핑몰인 BAL의 오픈과 함께 그 지하 1,2층에 이전보다 더 크게 다시 서점을 시작했다. 1백 만 권의 책과 7천 여 권의 외국 서적, 만화와 참고서, 필기구 등을 파는데 일단 이곳에 간다면 카페에서 마루젠 창업자가 처음 만들었다는 하이라이스를 먹어야 한다. 카지이의 소설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레몬 케이크와 사이폰 커피도 별미. 여기서 책을 보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면 하루 종일이라도 보낼 수 있다.전통적인 대형 서점의 모습을 지켜가는 이런 곳이 있어서 다행이다.
작은 동네 서점, 특정 주제에 맞춘 서점, 카페 같은 서점, 그리고 크고 진중한 서점. 다양한 서점이 나름대로 다 자리를 잘 잡고 모두 성공하길. 책을 통해 우리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