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 만나는 ’와 모던’ 라이프스타일의 집대성
2003년 인테리어, 음식, 디자인, 크래프츠와 예술 등 멋진 것들을 한데 모은 컨셉으로 교토 기온 지역에 오픈한 스페라(Sfera)는 충격이었다. 아, 이렇게 멋지게 해놓고 살 수 있다니.
스페라 빌딩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사람은 다양한 디자인, 인테리어 기획을 이어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시로 시게오(真城成男). 1970년 교토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1995년 ‘리코르디’라는 레스토랑을 오픈하며 음식과 식기, 인테리어를 아우르는 기획으로 화제가 되었는데, 우와 생각해보니 그때 그의 나이 25세다. 내가 홍대와 압구정을 기웃거리며 놀고 있을 때 이 천재는 미래의 트렌드를 예견하고 있었구나…
티타늄 패널로 감싼 건물은 스웨덴 건축가 그룹 클라에슨 코이비스트 르네(CKR)와 마시로씨가 함께 지었다. 지하는 카페이고 1층은 리빙숍이다. 가구와 테이블웨어, 오브제 등 일본 전통공예와 모던 디자인의 조화가 눈에 띄는 제품이 많다. 일본을 넘어 이탈리아 밀라노에도 매장을 열어 ‘와(和) 모던(modern)’의 디자인을 소개한다. 시게오 씨의 프렌치불독 Don이 스페라 교토의 마스코트인데 반려동물 용품이 특별히 다양해서 재미있다. 2층은 전시장과 아카이빙 공간으로 쓰이는데 연말까지 한국 작가 배상선의 작품을 소개해 더 반가웠다.
매장 닫을 시간이 다 되어서 바로 올라가야했던 것이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이성을 잃고 이것저것 사들일 뻔 했다… 사람이 사는 데 왜 이리 많은 물건이 필요할까. 이미 물건이 잔뜩 있는데 왜 예쁜 물건을 보면 또 사고 싶어질까. ‘전통의 새로운 해석’이란 말은 하도 들어 지겨웠는데 이렇게 맹렬하게 ‘갖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과 제품을 15년 동안 계속 보여주고 있으니 그 저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東山区縄手通り新橋上ル西側弁財天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