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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1. 2019

런던 재즈클럽 로니 스콧

지상에 강림한 재즈 천국

난 현세에서 지상낙원이나 천국을 만나게 해준다고 말하는 사람은 모두 사기꾼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천국을 현실로 가져오겠다 거짓말하며 그 결과 세상에 지옥을 만들어 낼 뿐이다. 그런데 살면서 잠깐 천국에 다녀오는 경험, 황홀한 몽환을 경험할 때가 있다. 런던 소호의 재즈바 ‘로니 스콧’에서 열린 디디 브리지워터의 공연이 그랬다.


1959년 색소폰 연주자 로니 스콧이 문을 연 이래 카운트 베이시, 새러 본, 윈튼 마살리스는 물론 우리가 이름을 아는 그 누구라도 대서양을 건너와 이곳에서 당연히 한번씩 공연을 했고 지미 헨드릭스와 프린스, 제프 벡도 공연을 한 곳이다. 일정을 살펴보니 런던 체류 중 최고의 여성 재즈 보컬 디디 브리지워터의 공연이 있다! 한국에도 자주 오는 그녀는 멋진 보컬일 뿐 아니라 자신의 음반을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매진 전 간신히 예약성공.  


추운 밤 로니 스콧 앞은 이미 길게 줄이 서있다. 1990년대에 한번, 2000년 초에 한번 왔었는데 이번에 가니 새로 공사를 해서 훨씬 더 깔끔해졌다. 1층은 공연을 보며 음식과 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고 2층은 바. 7시타임 공연을 마치고 10시부터 두번째 공연을 하는데 이 시간대가 피크다. 밴드가 나와 자리를 잡은 후 점프슈트에 에르메스 스카프를 하고 날씬한 모습으로 디디 브리디워터가 등장했다. 밴드를 소개하고 본격적으로 노래를 시작하는데 마이크 사고. “하필 유튜브 라이브 스트림 진행하는 데 이게 무슨 일이냐”고 푸념했지만 또 “산전수전 다 겪었는데 뭐가 겁나고 걱정이겠냐”며 스캣과 애드립으로 능수능란하게 분위기를 끌어가 사고를 오히려 재미있게 만들어버리니 클럽 안은 이때부터 열광.


Ready to love, I can’t stand the rain, Thrill is gone, Don’t be cruel 등의 명곡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새 앨범 <Memphis yes I’m ready> 수록곡들을 섹시한 몸짓과 자유자재의 스캣을 섞어 멋지게 불렀다. 바로 눈 앞에서 풍부한 감정과 성량으로 노래를 하고 엄청난 관객과 편안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 분위기는 고고하고 넓은, 유명 공연장에서의 우아한 재즈 공연과 완전히 달랐다. 노래와 연주만 하는 게 아닌 자신의 쇼를 이어가는 것이다. 관객들 모두 자신을 좋아하고 자신의 노래에 감동 받고 있음을 온 몸으로 확신하는 그녀는 열과 성을 다해 2시간 여 공연을 재즈 부흥회로 만들어버렸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듣는 시대라지만 이렇게 관객과 가수, 밴드가 함께 일어나 노래하고 춤추고 이야기하고 울고 웃는 분위기는 ‘클럽’에서만 느낄 수 있다. 그것이 매일 밤 수많은 재즈뮤지션을 통해 잊고 있던 ‘음악의 종교적 힘’을 보여주는 로니 스콧의 매력임이 확실하다.

* 그날 현장에서 느꼈던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로니 스콧 공연 분위기 보시라고 당일 진행되었던 유튜브 연결했어요. 앞부분은 로니 스콧 멤버십 광고라 10분 이후부터 보시면 좋을 듯이요


https://www.youtube.com/watch?v=i6NQbMG-XLU&feature=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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