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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1. 2019

John Sandoe books

취향 저격, 18세기 런던 분위기를 담은 서점


럭셔리브랜드 매장이 잔뜩 자리 잡은 슬로언스트리트에 1957년부터 영업을 해온 존 샌도 서점이 있다. 너무 좋아하는 곳이라 나만 간직하고 싶지만, 그래도 HerReport에는 공유하고 싶은 곳이다. 벽돌 위에 널빤지를 올려놓은 서가 세 개로 시작해 작가 애드나 오브라이언과 톰 스토퍼드, 디자이너 테렌스 콘란과 마놀로 블라닉, 메리 퀀트는 물론이고 록스타 키스 리처드의 사랑을 받았고 런던의 대표적인 독립 서점으로 꼽히는 나름의 명소다.


런던의 많은 독립 서점 중 이곳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책 선정 때문이다. 주로 인문학서적이 많은데 소설과 예술서, 여행책과 요리 관련한 책도 발견할 수 있다. 매일 셀 수 없이 많은 책이 쏟아져나오니 대형 서점이 아니라면 수많은 분야의 다양한 책들을 다 구비할 수는 없다. 이곳에는 3만 권을 구비하고 있는데 대부분 단 한 권씩이라 팔리면 그것으로 끝. 서가를 들여다 보며 연신 감탄했다. 아, 이 책들을 다 사고 싶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음악 코너는 드뷔시 전기와 재즈감상법, 대중음악 최고의 보컬에 관한 에세이가 나란히 놓여있다. 요리책 코너 역시 M.F.K 피셔의 에세이와 영국 음식의 역사를 다룬 책, 채식의 의미를 소개하는 책과 돼지 한 마리로 어떤 요리를 할 수 있는지 상세하게 설명한 책이 꽂혀있다. 테이블 위에도 아래에도 서가 위에도 바닥에도 곳곳이 책이다. 필요한 책이 있으면 스탭에게 물어보는 곳이 빠를 것이다. 책이 ‘패션 상품’이 되어버린 요즘, 이곳에는 출간된 지 꽤 오래된 책을 보기가 어렵지 않다. 스탭들은 수많은 책 중에서 자신들이 읽고 확인해 ‘시간의 공격’을 이겨낼 제대로 된 책을 선별해 소개한다.


계절별 카탈로그를 만들고 매달 적절한 책을 골라 보내주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도 운영한다. 이 서비스를 20년간 아용하고 있는 고객이 있을 정도다. 절판된 책을 구해주고 웨딩리스트(결혼한 커플을 위한 책 선물 등), 개인 장서나 기업 도서관 구성 등 책과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진행한다. 1995년부터는 쿠쿠 프레스(Cuckoo Press)와 함께 서점 고객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자 판매용으로 시집이나 사진집, 단편소설집을 발간해 화제다. 오랫동안 취향을 확인해온 단골들의 끈끈한 유대는 영국의 대형 서점 체인인 워터스톤도, 아마존과 킨들도 따라올 수 없는 자산이다.


책처럼 무거운 것이 없어서 여행길에는 가능한 한 책을 안사고 덜 사느라 애쓰는데 이곳에서는 그만 무장해제되었다. 둘이 서로 보고 싶은 책을 잔뜩 골라놓고 “이런 독립서점이 잘 되어야 하니까” 하며 비장하게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냥 솔직히 책이 사고 싶고 갖고 싶을 뿐이었다. 돈이 아주 많다면 통채로 사들여 내 서가로 삼고 싶은 그런 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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