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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2. 2019

일본 고급 덴푸라의 출발점

힐탑호텔 레스토랑 ‘야마노우에’


레스토랑_도쿄


여행을 하며 한번 가본 레스토랑을 다시 찾아가기란 쉽지 않다. 언제 다시 오겠어 하는 마음에 늘 새로운 곳, 더 새로운 곳을 향하니. 그런데 여행하며 세 번 갔던 곳이 아카사카의 덴푸라집 라쿠테이였다. 주인인 이시쿠라 셰프가 어시스트, 오카미 상과 운영하는 단촐한 덴푸라집인데 연세 많으신 셰프는 거의 아무 말도 없이 튀김에 전념하다 외국 손님이라서인지 “보리멸이에요 소금 조금 찍어 드세요” 하고 조용히 말걸어 주곤 했다. 


덴푸라로 미슐랭 스타까지 받았지만 또다른 덴푸라 명가 ‘콘도’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조용하고 차분하고 맛도 감동. 작년 교토 여행 때 타와라야가 프로듀스한 덴푸라 집 ‘텐유’에서 밥을 먹었는데 텐유가 자리를 옮겨 새로 오픈할 때 스승인 이시쿠라 셰프가 교토에 와서 지도해주었다며 반가워했다. 이번에도 당연히 다시 가려 알아보았더니 연로한 셰프가 지병으로 돌아가시고 후계자가 없어 문을 닫았다는 슬픈 소식.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이 이시쿠라 셰프가 일했던 곳이 바로 힐탑호텔의 덴푸라 레스토랑 ‘야마노우에’다. 1954년 문을 열며 호텔 내에 생긴 첫번째 덴푸라 레스토랑으로 최고의 장인들이 이곳을 거쳐갔다고. 그중에 덴푸라로 미쉐린 스타를 받은 ‘라쿠테이’의 이시쿠라 셰프와 ‘곤도’의 곤도 후미오 셰프가 대표적.


아침도 거르고 실컷 늦잠 자다 서둘러 점심 먹으러 내려갔다. 점심은 코스와 단품이 있는데 오후에 별 할 일도 없으니 오래, 많이 먹는 코스로. 점심이라 에피타이저인 고바치 없이 바로 튀김 시작이다. 오토시는 치리멘산쇼.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새우 다리 두 개가 나오고 몸통이 이어진다. 그후 맵지 않은 고추와 미니 양파. 시마누키 시게루 셰프가 분명 뜨거우니 조심하라고 두세 번이나 주의 주었는데 촐싹대고 먹다 입천장 다 데고. 그 뒤로 나온 ‘키스(보리멸)’는 부드럽게 입에서 녹고 가지 튀김 후 나온 ‘매고치(새끼양태)’는 쫀득거리는 식감이 일품. 연근튀김이 특히 맛있어 달고 살캉거린다! 아스파라거스에 이어 두툼한 아나고로 마무리. 식사는 가키아게를 올린 텐차. 가츠오부시 훈연향이 살아있는 고소한 국물을 부어 먹는데 마지막 코스로 딱 좋은 맛과 양이다. 디저트는 사과 샤벳과 말차아이스크림. 덴푸라가 10점 가까이 이어지니 느끼할 법 하지만 부드럽고 포실해서 부담이 적다. 긴자나 아카사카 유명 덴푸라집처럼 호사스럽지 않지만 깔끔하고 기분좋은 식사가 가능하다.


덴푸라는 기름에 오래 튀기는 게 아니라 가볍게 겉은 바삭하게 튀기고 속은 쪄낸 듯 수분이 촉촉해야 진짜라고 한다. 이집 덴푸라의 맛 비결은 오키나와 아구니 섬의 소금, 참기름 두 종류를 배합한 튀김기름, 가고시마 최고의 가츠오부시라고. 재미난 것은 레스토랑 오픈 때 만든 얼음 냉장고. 밑준비 끝낸 덴푸라 재료를 여기 넣어두면 온도와 습도가 잘 조절되어 최상의 덴푸라가 가능하다고. 튀김옷을 얇게 쓰고 해산물 위주의 재료를 제철 채소로 넓힌 것이 야마노우에의 ‘공헌’이라고 한다.


카운터에 앉아서 셰프가 기름 속에 살짝 밀어넣은 덴푸라를 보며 뜨거울 때 한입 먹고 다음 피스가 나오길 기다리는 즐거움. 오늘 하루는 이 점심 한 끼로 일정 클리어! 기름에 튀긴 음식, 바로 옆에서 튀겨낸 음식은 맛이 없을 수 없다…
미드타운 내 가든테라스에 야마노우에 롯본기 점이 있고, 니혼바시 미츠코시 백화점 지하에 덴푸라 매장이 있다. 


東京都千代田区神田駿河台1-1, 山の上ホテル(Hilltop Hotel)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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