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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2. 2019

진보초 카레성지 ‘본디’ 카레

레스토랑_도쿄


도쿄 치요다구의 ‘진보초’는 묘한 곳이다. 중고 서점이 약 180점포나 있는 세계 최대의 고서점거리이고 이와나미, 슈에이샤 등 출판사들과 출판 중개 사무소가 모여있다. 또 ‘카페’나 ‘커피전문점’이라는 설명으로는 왠지 어울리지 않아 ‘킷사喫茶’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오랜 다방들이 여전히 성업중이다. 나폴리탄 스파게티로 유명한 ‘사보루’, 일본에서 비엔나 커피를 제일 처음 소개했다는 ‘라드리오’와 ‘에리카’ ‘무사’ 등이 포스를 내뿜는다.


하지만 나에게 진보초, 간디 지역은 맛의 거리! 도쿄 우동 랭킹 1위라는 ‘마루카’와 역시 도쿄 3대 소바집 중 하나라는 ‘마츠야’가 간다에 있고 카레집 ‘본디카레’도 여기에 있다. 카레집 많은 이 일대를 대상으로 ‘간다 카레 그랑프리’ 대회를 열었는데 본디카레 간다 고가와점이 1등을 했단다. 그래도 분위기는 진보초 본점이다! 1973년 문을 연 본디 카레는 1924년 문을 연 ‘교에이도(共栄堂)에 비하면 역사는 짧지만 인기는 밀리지 않는다. 예약은 물론 안받고 그냥 뻗치기 하며 기다려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줄이 길게 서있고 20분~30분 쯤은 기다려야 한다. 누군가는 본디 카레를 ‘카레의 성지’라고 부르던데 기대를 많이 하면 실망도 큰 법. 하지만 맛있으니 성지 중 하나인 걸로. 수수한 옛날 경양식집 분위기다. 8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 느낌?


본점 입구에 ‘유럽의 맛’이라고 적혀있다. 창업자 무라타 씨가 1968년 미술공부를 위해 프랑스에 갔다가 친구들과 먹고 마시고 노는 바람에 공부는 포기하고 친구 음식점에서 일하던 중 브라운 소스의 깊은 맛을 알게 되고 이를 카레에 응용한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 자리 잡고 앉으면 뜨겁게 삶은 포슬한 알감자가 인당 2개씩, 버터와 함께 나온다 카레를 기다리며 감자를 갈라 버터를 넣어 먹는데, 맛있다! 하나는 카레에 넣어으깨넉으라고 한다. 테이블마다 카레의 영원한 친구 후쿠진즈케, 락교, 오싱코, 건포도 통이 놓여있어서 원하는 만큼 덜어먹는다.


카레는 비프, 포크, 치킨, 해산물 등 종류가 다양한데 점장의 추천 메뉴는 비프카레. 매운 정도는 3단계로 선택가능한데 우리는 무조건 매운 맛(한국 사람 입맛에는 보통 정도일 듯). 비프카레는 우리가 잘아는 카레보트에 담겨 나오는데 쇠고기 덩어리가 큼직하다. 해산물카레는 새우와 패주, 생선 토막이 떡하니 들어있다. 밥에는 치즈가 올라가 부드러운 맛을 낸다. 밥이 많이 나와서인지 카레가 부족하다… 처음에 카레를 듬뿍 부었더니 나중에는 맨밥 먹게 생겼다. 진하고 부드럽고 기분 좋은, ‘커리’가 아닌 ‘카레’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니 진보초 들릴 때 가보시길! 진보초 고서센터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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