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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Sep 02. 2018

세상 힙하고 쿨하고, 조금은 좁은

런던 패딩턴의 필그림 호텔

패딩턴 역 근처 필그림호텔에는 없는 것이 많다. 책상, 전화, 냉장고, 에어컨, 커피머신, 다리미, 욕조, 그리고 호텔 이름 필그림에 i자도 무슨 이유인지 빠져있다(Pilgrim Hotel이 아니라 Pilgrm Hotel이라고 쓴다). 아 맞다. 리셉션도 없다.



이곳은 들어서면 호텔이라기보다는 카페처럼 보인다. 실제 1층은 리셉션 목적보다는 누구나 오가며 커피를 마시는 개방된 카페이다. 카페의 좁은 책상에 랩톱 컴퓨터를 하나 켜 놓고, 직원이 키를 건네줄 뿐이다. 이 직원은 카페 직원이기도 해서 커피도 내리고, 호텔 손님을 받기도 한다.

직원들은 대부분 젊고, 분위기는 한마디로 힙하다. 방은 2층 침대가 있는 벙커룸이 있고, 소, 중, 대가 있는데, 우리는 중(medium)을 썼다. 하지만, 중간 사이즈도 심하게 작아서, 여행가방을 열어 놓으면 침대에서 화장실을 가기도 힘들다:) 작은 방을 못견디는 사람이라면 이 호텔은 추천하기 힘들다. 하지만 런던이라는 엄청나게 비싼 도시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깔끔하고, 불필요한 것은 최대한 없애고, 필요한 것만 있는 디자인 호텔을 찾는다면 추천할 만하다.


이 호텔의 오너(Jason Catifeoglou)는 스토리가 있는 옛날 물건을 장인의 손길로 살려내어 현대의 힙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려 했다. 1층 로비(실은 카페) 중간에 있는 층계는 200년된 마호가니목재인데, 이를 살려내기 위해 장인들이 300시간을 들여 복원을 했다고 한다. 로비에 있는 파란색 타일은 1960년대에 칠한 페인트 밑에 있던 것을 발견하여 최대한 재현했고, 로비에 있는 판자는 영국의 더비(Derby) 시장 사무실에서 가져온 것이고, 황동으로 된 벽등은 오래된 정신병원에서 가져왔으며, 쪽모이 세공마루는 육군 체육관에서 가져왔다. 나무와 대리석으로 장식된 분수는 영국 자연사 박물관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이 호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위치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 내려 익스프레스 기차를 타면 15분만에 도착하는 곳이 런던 패딩턴(Paddington)역이다. 이 역에서 걸어서 1분이면 닿는 곳에 까페처럼 생긴 필그림 호텔이 있다.

#herlondon #pilgrmhotel #paddington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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