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내셔날 포트레이트 갤러리
어려서는 초상화가 무서웠다. 유럽 여행길이나 출장길 초상화가 걸려있는 오래된 호텔방에 묵을 때가 가끔 있었는데 그때마다 신경 쓰여 그림 위에 수건을 덮어두곤 했을 정도다. 그림 속 인물 대부분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인데 강렬한 눈빛으로 자꾸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아서다. 그림 속 눈빛이 무얼 의미하는지 궁금해지는 건 나이 들고 나서였다. 사람들이 관심있어 하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 그의 인생과 성격과 결정을 한 눈에 보여주는 것이 바로 초상화다.
포트레이트 갤러리는 디즈레일리와 엘스미어 경 등 당대 유명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기금을 만들어 1856년 문을 열었다. 영국 왕조의 주요 인물로 시작해 중세에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정치가, 군인, 예술가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영문학개론서였던 <노턴앤솔러지> 커버를 장식했단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과 브론테 자매의 초상에 특히 눈길이 갔다.
다이애나비, 호크니, 안나 윈투어, 엘튼 존과 폴 매카트니 등 현재로 가까이 오며 초상화 기법 역시 다양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21만 점을 보유하고 있어서 초상화만을 모아놓은 규모로는 세계 최고라고 한다.
최근에는 사진과 비디오, 멀티미디어 설치 작업으로 소장품을 다양화하고 있는 추세다. 내셔널갤러리 바로 옆에 자리해 오히려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곤 하는데 꼭 들려보시라고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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