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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2. 2019

하동관


레스토랑: 하동관, 서울


중구 명동1가 10-4

776-5656


 “서울식 곰탕”


 힘들고 지칠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음식. 곰탕이 저의 소울푸드가 된 것은 외할머니 덕입니다. 단골 정육점에 “좋은 양과 곱창이 들어오면 알려달라” 부탁해 놓는 것이 곰탕 준비의 시작이었습니다. 먹고 싶은 날 먹는 게 아니라 좋은 재료가 있는 날에 먹는 것이죠.


 양, 곱창에 양지머리를 넣고 오래 끓인 후고깃감만 건져내 먹기 좋게 썰어 파,마늘, 간장과 깨소금으로 살짝 간을 해놓습니다. 육수는 기름을 걷고 거른 후 햇감자를 넣고 다시 끓입니다. 여기에 고기와 곱창, 양 꾸미를 얹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면 됩니다.


 파, 마늘과 참기름 등 양념을 너무 많이 쓰면 다 똑같은 맛의 음식이 되버린다는 외할머니 고집으로 심심하지만 담백한 서울 음식을 맛보며 자란 것은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외할아버지를 따라 하동관에 가서 곰탕을 먹을 때도 자주 있었습니다. 지금은 명동에 자리잡고 있지만 예전에는 수하동에 있었지요. 바닥과 테이블은 고기기름으로 미끌거리고 실내는 온통 고기 냄새로 가득해 초등학교 입학도 하기 전 어린 마음에 “할아버지! 왜 이런 데 와?” 하고 불평하면서도 곰탕은 한그릇 다 먹었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고기를 사다 집에서 아무리 오래 끓여도 할머니 해주시던 맛을 도무지 낼 수가 없었습니다. 새로 옮긴 하동관에 갔지만 곰탕이 예전처럼 진하지 않았고 고기도 풍성하지 않았습니다. 70년 넘게 서울식 곰탕 맛을 지켜 왔다는 곳이니 아마 예전에도 이와 같은 맛과 양이었을지 모릅니다. 그저 제가 훨씬 나이 들었고 입맛이 변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무엇보다 “우리 강아지” 하고 불러주시던 할아버지가 옆에 안 계셔서 그랬던 거죠.


 맛의 절반은 추억.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랑 함께 먹는 음식에서 그 사람이 빠지면 당연히 맛도 사라집니다. 옛날 같지 않아, 옛날 같지 않아 불평하면서도 옛날 생각하러 하동관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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