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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 Report Mar 12. 2019

효테이


레스토랑: 교토


 “170년, 15대 역사를 자랑하는 교토 최고 가이세키 레스토랑, 효테이”


 “교토가 있어서, 일본은 다행이다.” 교토 곳곳에 붙어있는 관광포스터 문구입니다. 전통미술과 공예는 물론 음식에서도 교토는 기준이 되지요. 교토는 물론 일본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가이세키 전문점 3곳이 교토에 있습니다.


 깃초吉兆, 기쿠노이菊乃井, 효테이瓢亭. 세 곳이 모두 미슐랭 3스타를 받았는데, 깃쵸가 화려하고 대담한 스타일을 자랑한다면 효테이는 옛 교토 스타일을 강조해 소박하고 전통을 중시합니다. 기쿠노이는 예약이 어려워 아직 못 가본 관계로… 패스~


 교토 도착하자마자 효테이와 기온 사사키, 사쿠라다 세 곳에 예약을 했는데 요즘 가장 인기있는 젊은 셰프의 뉴 가이세키 레스토랑 기온사사키와 사쿠라다는 휴가철 비수기인데도 다음 주까지 풀 부킹. 여행 가기 전 미리 예약하라는 H의 말을 흘려 듣는 바람에 내내 구박받았습니다.


 체감온도 37도의 무더운 저녁 무렵에 무린안 근처 효테이를 찾았습니다. 400년 전 찻집으로 시작해 음식점으로 17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지만 외관은 수수해 표주박 모양의 등이 아니면 그냥 지나칠 뻔 했습니다.


 입구를 따라가면 정원 주위 작은 연못에 비단잉어가 헤엄치는 평화로운 풍경. 여러 채의 별실이 있고 원래는 바닥에 앉아서 먹곤 하지만 3시간 내내 발 저리게 앉을 자신 없어서 테이블로!


 첫번째 코스인 사키즈케는 해초와 콩으로 만든 다키가와 두부와 성게. 그 다음 무코즈케는 도미회를 두 종류 간장에 먹고, 국물요리인 니모노완으로는 구운 아귀와 소면이 나왔습니다.



 핫슨은 양하 스시와 문어알 덴가쿠 여기에 유명한 효테이의 삶은 달걀이 나옵니다. 난젠지 참배객을 위해 400년 전부터 만들어온 것인데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완벽한 반숙입니다. 비결을 알려달랬더니 찬물에 달걀을 넣고 익히는 게 아니라 끓는 물에 넣어 5분 익히라네요.


 술안주인 시자카나로는 역시 하모(갯장어)가 나왔습니다. 삶은 하모를 호박 채에 매실을 넣어 만들었네요. 일본에서는 여름, 특히 8월 미식 중 최고를 ‘하모’로 치는데 한국산 갯장어가 맛과 영양면에서 최고라 부지런히 공수한다고 합니다.



 그 다음 구이 코스인 야키모노는 은어소금구이. 잘 보이지도 않은 틈으로 뼈만 빼낸 후 통채로 구워 은근한 수박향이 남아있습니다. 그 후에는 잠시 쉬어가는 하시야스메 코스. 문어와 새우, 오크라를 토마토 전분 소스에 버무린 것입니다.



 채소와 생선을 따로 익혀 한 그릇에 내는 타키아와세는 튀겨서 차갑게 식힌 가지와 아나고(붕장어)구이. 적미소시루에 하모 구이를 올린 밥이 본 요리의 끝이고 괴일디저트와 계절 화과자, 녹차가 이어집니다. 



코스가 거의 끝나갈 무렵, 카리스마 넘치는 오카미(여주인)이 들어와 식사는 만족스러웠냐고 묻는데 그 포스에 누가 ‘아니오’ 라고 할 수 있을지. 교토의 오랜 여관인 히이라가야의 오카미를 인터뷰했을 때, 효테이 오카미상이 우아하고 아름답다 이야기 들었는데 실제로도 멋졌습니다.


 료칸이나 고급 음식점 수준은 오카미의 수준이기에 이 여주인들은 꽃꽂이와 서예나 그림, 기모노, 음식, 서빙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숙련한 교토 문화의 계승자입니다. 식사 마치고 가는데 사진 한컷 찍자는 오카미의 제안에 그리 좋아하지 않는 기념 촬영까지… 밤이 깊어 잘 사진이 잘 안나왔는데, 셋이 이구동성으로 ‘얼굴이 잘 안보여 더 좋다’고^^


 요즘 인기 끄는 컨템퍼러리 가이세키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음식의 맛, 세팅, 그릇 모두 고풍스럽다고 할까요? 값만 비싸고 음식은 별로 라는 평도 있던데 담백하고 유연한 맛, 특히 하모와 아나고는 지금껏 먹었던 중 최고였습니다. 진하고 복잡한 양념은 사용하지 않고 재료의 맛과 계절을 강조하는 전통 교토 가이세키.


 가격은 소박하지도, 담백하지도 않습니다. 카드값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지만(cash only인 대부분의 고급 레스토랑과 달리 카드도 받습니다) 한번 경험할 만한 식사인 것은 확실합니다. 효테이는 독특하게도 아침에 죽 가이세키 코스를 선보입니다. 시간에 쫒기는 여행자들이 특히 좋아하기에 예약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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