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매력적인 Portland Museum of Art
미국에 처음 와본 것은 1991년이었다. 그 뒤로 공부하느라 살아보기도 하고, 출장도 여러차례 왔지만 메인(Maine)주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늘은 주말을 맞아 메인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인 포틀랜드(Portland)로 향했다. 숙소가 있는 락포트(Rockport)에서 차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낯선 것은 사람이 정말 없다는 것이다. 락포트는 면적이 서울의 49분의 1정도(86제곱킬로미터)인데, 인구는 3,300명밖에 되지 않는다. 메인주에서 포틀랜드가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라고 했지만, 2017년 통계가 67,000명이다. 서울면적이 600제곱킬로미터정도인데 포틀랜드가 179제곱킬로미터이니까 서울 면적의 11분의 1정도 되는 크기다. 락포트에서는 전화가 터지지 않았는데, 오늘 포틀랜드에 나오니 처음 전화가 터진다. 대도시가 맞나보다.
이 작은 도시에서 가장 볼만한 것 중의 하나가 Portland Museum of Art(PMA)라고 해서 찾아왔다. 뉴욕이나 런던의 미술관의 규모나 컬렉션을 따라갈 수 없겠지만, 인구 7만명이 채 안되는 도시의 미술관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매우 훌륭하다. 피카소나 앤디 워홀, 클로드 모네, 조지아 오키페 등 알려진 작가의 작품 1만 8천점이 있는데, 로테이션 해가면서 모든 작품을 보여줄려면 10년이 걸린다고. 이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으려는 듯 전시도 활발하다.
미술관 구경을 하고 숙소에 돌아와 미술관 웹사이트를 살피보다가 2016-2021년 미술관의 전략 계획서를 보게 되었다. 이렇게 작은 도시의 미술관은 어떻게 운영할까 궁금해졌다. 관객을 끌어 모으는 것이 큰 문제일 것 같은데, 이 계획서에 따르면 5년간 미술관 계획의 우선순위 두 번째가 관객에 대한 것이었다(Engage and grow PMA audiences). 이 미술관은 존재와 활동에 있어 우선순위(initiative)를 세우고 이에 따른 행동방침을 정해두었는데, 참고로 요약해본다.
계획 A. PMA 관객들을 이해하고 구축하기
행동방침 – 1) 방문객 데이터를 분석하여 관객의 구성, 성장하는 시장, 참여의 우선순위를 찾아내기; 2) 외부 정보를 활용하여 잠재 고객과 회원 발굴; 3) 방문객과 회원의 적극적 참여를 위한 전략을 개발하고 실행하기
계획 B. 관객들을 참여시키고 즐겁게 만들며, 지속적인 관계 형성의 경험 제공하기
행동방침 – 1) 모든 부문에서 높은 수준의 방문객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관객의 필요와 흥미에 따른 연결 만들어내기; 2) 미술관과 방문객 사이의 개인적인 연결을 만들어내어 미술관 경험을 개선하기; 3) 자선의 분위기를 장려하면서 참여와 재방문을 촉진하는 다양한 전략의 개발; 4) 지속적인 관객의 평가와 피드백을 통한 계획의 성공 평가
계획 C. 혁신적인 해석을 통한 배움의 기회 제공
행동방침 – 1) 관객들의 교육 요구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여 자료와 공공 프로그램 기회로 활용; 2) 미술관의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국제적으로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쟁점에 대한 시각을 공유하는 기회로 삼기; 3) 예술에 대한 옹호와 1학년에서 12학년까지 교육에 있어 PMA의 역할을 평가하기
계획 D. 공공영역에서 PMA의 목소리를 만들어가기
행동방침 – 1) PMA 브랜드를 강화하는 다양한 마케팅, 언론, 공공, 디지털 참여 전략 개발; 2) 포틀랜드, 메인주와 이를 넘어서 적극적인 시민 참여자이자 리더 되기; 3) 메인을 홍보하기 위해 다른 기관과의 협조
이 계획이 얼마만큼 잘 되어 가고 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시설이나 전시 모두 볼 만했고, 지속적으로 시민이나 방문객들과 교류하기 위한 다양한 계획과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런저런 기념관을 ‘실적’으로 만들어 놓고 막상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볼 만한 전시도 없는 우리 상황이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각종 전시관들도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관객들에게 인상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를. 그런 능력을 지닌 젊고 전문적인 인력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지기를. 우리가 이런 예술과 문화 공간을 통해 더 새로운 시각을 지니고 삶의 반경을 넓혀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