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유럽 음식 속에서 조금은 더 친숙한 동남아 음식으로 속풀이할 때
레스토랑_헬싱키
쿤스트할레 헬싱키에서 니키 드 생 팔 전시가 있어 갔다 우연히 만난 카페&레스토랑, Farang. 미술관과 바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름이 익숙하다 했더니 토미 비요크(Tomi Björk)의 레스토랑 중 모던 동남아 음식을 하는 곳입니다.
헬싱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인 ‘셰 도미니크’에서 셰프로 일하던 그는 동료인 마티 위크버그(Matti Wikberg) 와 함께 레스토랑을 열기로 하고 동남아시아로 여러 차례 여행을 하며 5년 간의 준비 끝에 2009년 이곳 ‘파랑’을 열었습니다. 아시아 음식이 낯설던 당시 헬싱키에서는 특별한 사건이었다네요. 지금은 헬싱키에서 가장 유명한 동남아시아 음식점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모던 동북아시아 음식점인 ‘가이진Gaijin’, 모던브랑제리 브론다Bronda 등을 경영하고 있는 스타셰프입니다.
호텔에서 뷔페를 잔뜩 먹고 나선지라 점심 메뉴 중 간단한 것을 먹기로 했습니다. 2코스 25유로, 3코스 29유로이니 물가 비싼 헬싱키에서는 그나마 적당한 가격입니다. 애피타이저로 먹은 소프트셸 크랩 솜탐 샐러드는 새콤한 라임이 입맛을 살려주고 땅콩이 바삭한 식감을 주어서 맛있었습니다. H가 시킨 쇠고기 드라이커리도 수준급! 함께 나온 쌀밥에 얹어 먹으니 이렇게 좋을 수가요. 풀풀 날리는 인디카 쌀이 아니라 적당히 찰기가 있어서 더 좋았답니다.
제가 메인으로 시킨 ‘톰얌’이 레드커리로 잘못 나왔습니다. “이왕 나왔으니 그냥 이거 먹으며 조금 기다리면 바로 다시 주문한 음식 가져다 주겠다”는 말에 잘못 대답해(부정문으로 질문하면 왜 늘 예스 노를 바꿔 이해하는지) 스탭이 당황하며 접시 치워버리는 바보 같은 일 발생. 우여곡절 끝에 나온 톰얌은 태국서 먹던 톰양쿵과 거의 비슷하게 얼큰한데 부드러운 대구살이 들어있어 담백합니다. H가 메인으로 시킨 크리스피 포크는 동파육을 튀긴 듯한 맛이었습니다. 핀랜드음식은 간이 좀 짠데 여기에 카라멜 소스를 더해 달고 짠 맛이 자극적이네요.
느끼한 서양음식에 지쳤을 무렵 먹으면 향수병을 달래줄 맛입니다. 저희는 너무 여행 초반에 먹어서 조만간 ‘가이진’에 가게 될 듯! 점심이나 저녁에 테이스팅 코스도 있지만 좀 거하니 가볍게 드시려면 점심 코스 강력 추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