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하고 왁자지껄하고 가격 착한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_헬싱키
이메일로 예약하고 찾아간 ‘셰프&소믈리에’는 24개 자리가 있는 아주 작은 레스토랑입니다. 그 자리들이 매번 다 찰 정도로 인기있습니다. 요즘 헬싱키도 편안한 비스트로노미 스타일이 대세인데 이 레스토랑을 설명하는 단어는 아마 ‘슈퍼 프렌들리(Super-friendly)’가 아닐까 싶네요. 저희가 식사하는 동안 내내 음식에 대해 설명해주고 여러 질문에 쉬지 않고 답해준 오너이자 셰프 사스 라우코넨(Sasu Laukkonen)의 캐릭터 덕분일듯.
“흰 테이블클로스를 깔면 남자들이 비싼 레스토랑일 거라 생각해 연인을 데려오지 않는다”며, 대신 접시 놓을 때 소리와 충격을 막기 위해 핀란드 태피스트리 공예가에게 부탁해 테이블용 ‘미니 카펫’ 50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공간이 좁고 스탭도 적기에 테이블마다 커틀러리 박스를 두고 손님이 직접 꺼내도록 했구요.
특이하게 셰프와 소믈리에가 직접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는데 그래서인지 음식 설명이 정확합니다! 이렇게 인건비와 임대료를 줄이고 음식값도 낮춰 모두가 즐거워지는 것이 라우코넨 셰프의 목표랍니다. 메뉴는 그날그날 결정, 와인리스트는 일일이 손으로 써서 정겹네요.
코스메뉴만 있는데 저희는 일반메뉴와 베지테리언 메뉴를 넘나들며 4코스로 골랐습니다. 웰컴푸드는 초절임한 무. 사워도와 호밀빵, 직접 만든 버터가 나온 후 첫번째 애피타이저로 블랙커런트 올린 비트. 달큼하고 사각거리는 맛이 일품입니다. 두번째 애피타이저로 저는 해바라기꽃과 씨, 주키니를 넣은 리조토를 먹었고 h는 감자를 껍질 채 조리해 어린 파잎과 양파잎을 더한 요리를 먹었습니다. 훈연해 말린 사슴고기 염통을 곱게 갈아 뿌려주며 “온화한 대지의 맛에 야생의 향과 기운을 더한다”고.
저녁마다 메인으로 고기를 먹다보니 부담스러워 채식메인을 시켰는데 기대 이상입니다. 세 가지 버섯에 일곱가지 채소를 곁들인 멋진 음식입니다. 순무, 당근, 감자, 우엉 등 뿌리채소를 각각 조리하고 간을 해 한 접시 위에 세팅했습니다. 헬싱키 여행에서 놀란 건 채소가 이렇게 맛있나 하는 거였습니다.
와인페어링 코스로 주문을 해서 토스카나 비오니에, 오스트리언 리슬링, 론 레드를 함께 마셨습니다. 레몬과 바질로 만든 크리미한 셔벗으로 입가심한 후 토마토와 루바브를 얹은 디저트, 블루베리와 잣, 솔잎으로 만든 디저트로 마무리하며 포트 와인 한 잔.
대부분의 식재료는 직접 정원에서 키우거나 숲에서 채취한 걸 사용하는 ‘노르딕 퀴진’을 선보이는데 일년 중 8개월이 겨울이라 식물이 자라지 않는 것이 셰프로서 가장 큰 도전이랍니다.
라우코넨 셰프가 추천하는 핀랜드 미식여행 추천기는 새로운 채소와 과일을 막 수확하는 5월이나 6월, 여름 휴가 후에 버섯과 베리가 제철인 8~9월, 모든 것이 눈에 쌓여 셰프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오히려 창의력이 폭발하는 1월이나 2월! 헬싱키 레스토랑이 프랑스나 이탈리아는 물론 코펜하겐 등에 비해 4~5년 뒤떨어지지만 좋은 곳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답니다.
6월 23일부터 8월 3일까지는 레스토랑이 아예 휴무. 이때 여기저기 다니며 새로운 요리를 개발하고 식재료를 준비한다네요. 두 사람이 4코스 식사에 와인 4종류 매칭까지 했는데 150유로. 헬싱키 물가 고려하면 퀄리티 대비 놀라운 가격입니다. 그게 바로 이 셰프가 원하는 바랍니다. 핀에어 비즈니스 클래스 음식도 라우코넨 셰프가 메뉴를 짰다고 하니 요즘 인기는 인기! 헬싱키 추천 맛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