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쌀국수와 샌드위치로 기억될 맛있는 이별
레스토랑: 이태원동
18년 함께 일한 후배가 회사를 그만두는 날, 밥을 먹으러 소월길 레호이 행. 유쾌하고 다정한 후배는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척 하면 무슨 일인지 이해해주는 몇 안되는 오랜 동료여서 많이 서운하다. 그러니 맛있는 음식의 위로가 필요할 때.
TV 음식프로에 나온 데다가 요즘 드라마 <공항 가는 길>에 등장하는 바람에 문 열기 전부터 대기 손님이 얼마나 많던지 이름 적어 놓고 주위 구경하며 한참 기다렸다. 왔다갔다 하다 건물 관리하시는 분 따라가 멋진 경치도 잠시 구경하다 마침내 입장 허락! 크게 이름을 불러 줍니다. 20석이 채 안되는 소박한 실내는 베트남 하면 떠오르는 노란색이 강렬하다. 메뉴는 쌀국수 ‘퍼보’와 비빔국수 ‘분차’, 베트남식 샌드위치 ‘반미’, 닭고기덮밥 ‘껌가’, 옥수수알 튀김 ‘응온치엔’이 전부. 마지막 식사이니 닭고기 덮밥 빼고 모두 주문해 실컷 먹어보자구.
짜조와 얇은 삼겹살을 얹은 새콤짭짤한 분차는 얇은 면발의 국수를, 고수 듬뿍 넣고 국물 시원한 퍼보에는 넓적한 국수를 사용했는데 요즘 너무 유명해져 맛도 덜해졌다는 평가가 있다고 해도, 성의없이 막 내는 프렌차이즈음식점의 퍼보다 훨씬 맛있다! 국수 먹다 정신차리고 바게트 빵에 계란과 고기, 채소를 넣은 반미를 나눠 먹고 중간중간 달짝지근한 옥수수알을 먹고.
그래도 마냥 아쉬워 건너편 카페 ‘relieve’에서 커피 한 잔. 일본의 아라비카 커피를 연상시키는 분위기, 4천원 착한 가격에 맛도 나쁘지 않다. 친구! 그만두는 게 아쉽지만 그래도 우리가 같이 한 마지막 식사가 맛있는 베트남음식과 커피로 기억될 테니 이건 좀 괜찮지?
소월로38가길 5, 070-4242-0426, 월요일 휴무, 예약 안받으니 얼른 가서 기다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