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찌에

연남동의 부담없는 중국식 수제 만두집

레스토랑: 연남동

세상은 엉망이지만 먹을 건 또 먹어야 살 수 있으니. 마감 후 집안 청소하고 밥할 기운 없어 찾아간 연남동은 화상 중식당 거리로 추억에 남아있다. 싼 가격에 중국음식을 먹을 수 있어, 특히 좋아하는 만두를 먹으려고 자주 갔던 곳이다. 요즘 이 일대가 워낙 인기를 끌어 사람들 피하려 점심 지나 갔는데도 곳곳에 줄이 이어진다.

만두, 딤섬, 교자, 사모사, 라비올리 등 말가루 피에 소를 넣어 삶거나 찌거나 튀긴 만두 종류는 무조건 좋아하니 이 동네는 익숙하다. 하하, 이품만두, 오향만두, 편의방 등이 만두로 유명했던 곳인데 <백종원 3대천왕>이나 <수요미식회> 같은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줄이 잔뜩 아어진다. 역시 방송의 힘이란.. 이런 곳들은 이 바람이 한풀 지나간 후에 가볼 일이고 오늘은 ‘라오찌에’로.

라오찌에는 올해 초 문을 열어 새 가게 분위기다. 바로 옆집인 하하는 2시인데도 대기표 받아 기다려야 하고 이곳은 그나마 자리가 있는편이었다. 애피타이저로 쇠고기 오향장육 주문. 사태를 쓴 것 같은데 담백하고 짭잘하다. 여기 들어가는 오이는 원래 넓적한 중국칼로 때리듯? 빠개듯? 해야 하는데 칼로 썰어내서 좀 아쉬웠지만.

새우통만두와 군만두 주문. 새우는 한마리를 통우로 넣는데 돼지고기 소로 감싸듯 해서 새우의 맛이 오히려 덜 느껴지는 듯. 군만두는 통채로 겉을 바싹 튀겨내 한입 먹으면 기름이 흐르는데 맛있다. 가격도 팍해서 한 접시에 5~6천 원 선이다. 마지막 요리는 어향가지. ‘어향’은 이름과 달리 생선이 들어가지 않고 생선을 조리할 때 쓰는 생강, 식초, 술,파, 고추 등을 넣어 새콤달콤하게 만든 소스를 말한다. 소고기, 돼지고기는 물론 채소와도 잘 어울리는데 내 입에는 조금 달긴 했다.

중국집으로는 드물게 오픈 키친에, 아무 장식 없이 ‘드라이하다’ 싶을 정도로 단순해 오히려 쿨한 공간. 다시 가서 몇 가지 만두를 더 먹어봐야겠지만,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곳. 친구 너댓 명이 함께 가서 여러 가지 만두를 시키고 요리 두세 가지에 칭따오 시켜놓고 울화를 터뜨리기에는 괜찮은 곳. 예전 유명한 곳들에 새로운 곳들도 생기니 날씨 추워지는 요즘 다시 연남동 한 바퀴 돌며 만두집 순례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

마포구 동교로 265, 333-8288